말하지 못하는 아이

말하는 것은 자아가 아니라 '그것'이다.

by 인레트르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


라캉의 저 유명한 명제는 아이들의 삶에서 잘 드러납니다.

아이들은 부모, 선생님, 사회라는 타자의 욕망이 실현되는 과정에 있는 존재들입니다.


타자의 욕망에 잘 따르는 아이(선생님과 부모 말을 잘 듣고 기준을 맞춰 행동하는 아이)

타자의 욕망을 거스르는 아이(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질문을 되묻는 아이)

우리는 타자의 욕망에 잘 따르는 아이를 착한 아이,

그렇지 못한 아이를 문제아라고 낙인을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그들의 욕망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정신분석은 그들의 말을 들을 것을 강조합니다.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의 말을 멈추게 한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증상으로 말하게 됩니다.


좋은 대학에 가라고 요구받은 아이는 자기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좋은 대학에 목매달게 됩니다.


항상 1등을 요구받는 아이는 그렇지 못할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기보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미워하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반항하는 아이는 문제가 아니라 타자에게 자기 욕망을 외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범적으로 살기를 요구받은 아이는 자기주장을 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규칙을 모두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실천하지 못하면 죄책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말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것’입니다.”


이것은 모두 아이의 자아가 아니라 아이의 ‘그것’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이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행동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아이가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아이가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것,

허락받지 못한 욕망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프로이트는 부모의 자식 사랑을 나르시시즘적 대상 사랑이라고 하였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통해서 잃어버린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되찾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문제는 아이에게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아이의 말을 가르치려 하기 전에,

아이가 어떤 말을 잃어버렸는가부터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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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 글


말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것’이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을 해석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말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것이다.” 우리가 하는 말은 의식적인 자아가 아닌, 무의식의 대변자로서의 ‘그것(ça)’이 말한 것일 수 있습니다. 실언, 농담, 반복 등은 이러한 무의식의 표현입니다. 프로이트에게 ‘그것’은 ‘이드(id)’이며, 알 수 없는 힘이지만 분명히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리말로는 ‘거시기’라는 표현이 적합합니다. 영화 『황산벌』에서 ‘거시기’라는 기표가 주는 효과를 잘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거시기’는 왕과 군 전체를 자극하고 움직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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