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떠난 곳에 불안이 자리한다.
“그건 말하면 안 돼.”
다섯 살 베기 꼬마 한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음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말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건 말하면 안 돼.”
이 말은 한스의 마음에서 나온 말이지만,
사실 다른 누군가의 말이었고,
한스는 그 말을 선택한 것입니다.
한스는 처음엔 소변을 볼 때
사람들이 그런 자기 모습을 봐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도움받는 것을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는 달라졌습니다.
아빠에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변보자.”라고 말한 것입니다.
한스는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는 것이 싫어졌고,
도움을 주려는 손길도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한스는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랑꾼’이었습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자기에게 다정하거나 친절하면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라고 말하며 입맞춤과 포옹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한스 가족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맞은편 테이블엔 다른 가족이 있었고,
그들 사이엔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한스는 그 여자 아이에게 흠뻑 빠졌습니다.
적극적인 사랑꾼인 한스는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사랑을 고백하려 했습니다.
다가가는 도중에 한스는
주변 사람들이 자기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순간,
한스의 볼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하는 수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즐거움이 불쾌함으로,
자연스러움이 수치심으로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우연이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한스는 자기 욕망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이 생기는 순간,
그 빈 곳에
이전과는 다른 감정, 특히 불안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른 체,
그 순간의 기억은 의식에서 멀어져 가며
무의식에 머물게 됩니다.
프로이트는 이를 ‘억압’이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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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글
억압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핵심 작용으로 억압을 제시했습니다. 억압이란 타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성충동, 욕망, 기억 등이 의식에서 밀려나는 심리적 과정입니다. 그러나 억압된 것은 사라지지 않고, 꿈이나 실언, 증상 등의 우회적인 방식으로 돌아오며, 의식에는 실체가 떠오르지 않기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불안이 발생합니다.
프로이트는 자아가 억압을 수행하며, 억압되는 대상은 감정이 아니라 표상(관념)이라 했습니다. 무의식적 감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억압의 효과로 감정은 변형(주로 불안)되거나 신체화됩니다. 예컨대 꼬마 한스는 자기가 소변을 누는 행위를 다른 사람이 봐주는 것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억압 이후에는 그것을 부끄러워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