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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Jul 01. 2023

카우보이 영웅, 일생의 모험을 마무리하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2023)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손엔 채찍을, 머리엔 카우보이 모자를 쓴 그가 드디어 돌아왔다. 위험천만한 모험에 뛰어들며 미지의 세상을 탐험했던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역).


'영웅'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겐 마블 영화 캐릭터가 생각나듯 4050 세대는 인디아나 존스를 자연스레 떠올린다. 이젠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그가 일생 마지막 탐험을 떠난다. 나치 시대부터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친구의 딸과 함께, 수학자 아르미키데스가 남긴 다이얼을 찾기 위해.




지(知)와 력(力)을
갖춘
카우보이 영웅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그는 미지의 고대 유물을 찾기 위해 기꺼이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기차 지붕 위에서 몸을 구르며 적과 대결할 정도로 곡예와 같은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곤경에 처했을 땐 전공 지식을 발휘해서 해결책을 찾아낼 만큼 명석하기까지 하다. 여태까지 나온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줄곧 이런 줄거리 골격을 유지해 왔다.


그가 착장 한 복장을 보면 저절로 미국식 카우보이가 떠오른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만들어왔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원래 007 시리즈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 출신 감독만이 007 시리즈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는 미국식 카우보이 영웅의 원형, '인디아나 존스'를 탄생시켰다.


인디가 적을 제압하는 채찍, 가죽 재킷, 챙 넓은 모자는 카우보이를 상징한다. 드넓은 대륙을 누비며 가축을 기르고 영토를 확장하던 시절, 카우보이는 미국 개척 시대를 누볐던 영웅이었다. 세련된 예절과 말끔한 양복, 칵테일을 즐기는 고급 취향을 가진 007과는 다르다. 인디아나 존스는 그 어떤 위기라도 '욱' 하고 적에게 달려드는 막무가내 기질과 전문가적 지식을 겸비한 존재이다.  그는 어쩌면 '미국식 영웅'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 자체가 아닐까.




위험은
날 살아 숨 쉬게 해!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3G 기술로 전지전능한 초능력을 발휘하는 가상 영화 캐릭터와는 달리 우리의 인디가 가진 무기는 고작 채찍 하나뿐. 하지만 그가 채찍을 휘두르며 또다시 세상을 누비는 모습을 보면 또다시 가슴이 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그리워했던 관객들이 기다려 온 순간이다. 어쩌면 우린 대학 교수직을 은퇴한 인디가 다시 채찍을 옮겨드는 걸 보며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 이거지.
모험을 떠나야 살 맛이 나지.


사실 그는 대학교수로서 지극히 안정적인 일상을 살고 있었다. 또한 세월을 거스르지 못한 채 퉁명스러운 노인이 되어 있었다. 자식이 죽고 아내는 그에게 별거를 통보하니 독거노인이 된 인디. 동료들이 전해 준 퇴직 선물도 받자마자 거리 위 행인에게 건네버릴 정도로 그는 냉소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또다시 악당들과 맞서야 하는 위기에 뛰어드니 축 처진 눈빛에 생기가 돈다.




멀티버스 기술로

낭만을 꿈꾸다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이번에 그가 찾아 나서야 하는 보물은 수학자 아르키미데스가 남긴 운명의 다이얼이다.


이걸 가지면
신이 되는 겁니다.


한 마디로 이 다이얼을 가지면 자신이 원하는 시공간으로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 이 도구가 나치 신봉자인 볼러 박사(매즈 미켈슨 역)에게 넘어가면 한 마디로 세계 2차 대전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다이얼이 있는 장소로 인디가 이동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작은 세계 여행을 떠나는 듯 눈이 즐거워진다. 그는 미국에서 출발해 시칠리아, 모로코 등을 누비며 고대 암호를 풀고 바닷속을 뛰어들기 위해 수중 다이버인 옛 친구(안토니오 반데라스 역)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마지 모험가로서 자기 인생을 정리하는 여정처럼도 보인다. 이 또한 관객으로서 여태까지 이 시리즈를 만끽했던 추억을 되새길 만한 순간이다.



이미지 출처: Daum 영화


그는 결국 악당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이 다이얼이 작동시킨 시공간의 틈으로 이동해 기원전 214년 '시라쿠스 전투' 현장에 간다. 시라쿠스는 바로 다이얼 설계자인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출생한 곳이다. 평생 동안 과거 세계를 동경해 왔기에 그는 아르키메데스와 만나는 순간, 영원히 이곳에 남고자 한다. 고고학자 DNA란 이런 걸까.


인디는 끝내  다이얼이 가진 수수께끼를 푼다. 아르키미데스가 살았던 시절, 자신이 타고  비행기는 마치 하늘에서 용이 나타난 괴물처럼 보였으리라. 새와 비슷하게 생긴  괴물을 격침시키니 땅에 떨어진 적군 시체엔 손목시계란 희한한 물건이 있었으리라. 고대인에게 이건 미래에서 내려온 미지의 보물이었다.  시계를 바탕으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미래에 사는 인간을 만나고자  신비로운 다이얼을 만들었다.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운명적인 순간, 인디는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라고 생각했다.


요즘 멀티버스 줄거리가 너무 자주 영화에 나와서 식상하던 차였다. 디즈니 영화답게 뻔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티도 난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가 시공간을 뚫고 비로소 그토록 꿈꾸던 미지의 과거까지 도달하는 모습은 아련한 감동을 준다. 현생을 사는 역사학자가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고대 영웅 아르키메데스를 만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는 분명 오늘날 첨단 무기를 장착한 3D 영화 속 영웅 캐릭터와는 다르다. 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이기에, 채찍이란 아날로그 무기만을 갖고 세상을 누비기에 오히려 평범한 우리와 똑같아 보여 좋다. 잠시나마 왠지 나도 인디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솟구쳐 오른다.


나도 시공간을 초월한 탐험을 할 수 있다면 내가 돌아가고픈 과거의 지점은 어디일까. 자, 난 언제 어디로 가볼까?





* 이 글은 뉴스 앱 '헤드라잇' [영화관심_Kino Psycho] 2023.07.01 콘텐츠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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