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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벼운 고래 Nov 07. 2019

몽골, 떠나기 위해 떠난

두려움이 용기로, 절망이 희망으로



2018년 2월 졸업과 동시에 광고회사의 AE로 일하기 시작했다. 당연시되는 야근과 아이디어에 대한 부담감을 알고서도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그렇게 3개월의 인턴과 1년 조금 넘는 시간을 일하며, 문득 처음 광고를 왜 시작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광고판이 아니었고 매번 같은 업무를 반복하며 내가 맡은 고정적인 업무로 인해 아이디어는 커녕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할때가 많았다. 새벽 3시 사수와의 익숙한 야근을 하던 도중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옥상에 올라가 숨을 쉬어도 폐에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30여분 간 옥상에서 멘탈을 붙잡으려 부득부득 애를 썼다.



진정된 이후에도 그동안의 참았던 울분이 터져 나오듯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때 문득 "이러다 내가 잘못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고, 옥상에서 내려와 리스트를 하나씩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첫째는 해보고 싶었던 타투, 두 번째는 어디든 나의 마음을 내려놓고 올 수 있는 여행, 세 번째는 마음속으로 원하지만 도전하기 무서웠던 카피라이터로서의 새로운 도전 이었다. 그렇게 리스트를 써내려 놓고 보니 1년 넘게 느껴보지 못한 두근거림, 설렘이 찾아왔다.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보았고, 절망보다는 희망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두렵고 기쁜 퇴사를 하고 난 뒤에 그간 못 잔 잠을 몰아서 잤다. 동시에 허리의 통증과 두통이 함께 밀려오고, 공허함이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퇴사한 이유를 잊지 않기 위해 리스트를 하나씩 채워갔다. 그중 카피라이터로서의 도전을 제외하고 여행만이 남아 있었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아서인지 첫 여행이라 그런지 무서웠다. 그래도 가야 한다는 일념 하에 여행지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일본? 중국? 베트남? 유럽? 한 달 동안이나 이리저리 고민해봤지만 행동까지 옮기는 여행지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도시의 아름다운 건물보다는 자연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를 바랐다.




그러던 중 TV에서 몽골 신규 취항지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건 생각도 안 하고 몽골로 여행지로 결정했다. 때 마침 고등학교 친구도 함께 가기로 하고 카페에 글을올려 동행을 구하고 직접 현지 여행사에 연락해 견적서를 받아 선정해 예약하고 항공권 티켓을 예매했다. 참고로 몽골은 자유여행이 힘들다. 땅도 넓지만 각각 여행지를 가기 위해선 버스나 차를 구해서 통상 5~6시간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도로에는 표지판도 있어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여행지들은 대부분 도로에서 오프로드로 빠져 가야 하기 때문에 현지 가이드가 아닌 이상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데이터도 터지지 않아 네비게이션은 생각도 못한다. 모든 주의사항까지 알아본 뒤에야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생에 첫 해외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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