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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벼운 고래 Nov 07. 2019

몽골, 비슷하지만 다른

어리바리 첫날 여행일지



저녁 7시 복잡한 공항 속에서 해외여행 몇 번 해본 친구를 따라 티켓을 발급받고 수화물을 맡겼다. 나에게는 모든 게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얼마나 긴장되던지 화장실 앞 식수대에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적혀있는데도 불구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야.. 저거 마셔도 돼?"
"어.. 마셔.."
친구는 오묘한 비웃음을 섞으며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질문이 창피하기는커녕 긴장감으로 메마른 목에 물을 적시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그렇게 목을 적시고 8박 9일 동안 함께할 일행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약속했다는 듯이 가볍게 목인사를 하고 아무 말 없이 휴대폰에 빠져들었다. 할 말이 없었다. 보통 그런 자리에 있으면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편인데 그때만큼은 여유가 넘쳤다. 어차피 9일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볼 테니 시간은 충분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기다리던 탑승시간이 다가왔다. 생각보다 좁은 통로와 생각보다 좁은 좌석에 앉아 3시간을 가야 한다니 살짝 걱정이 앞섰다. 답답한걸 못 참는 성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아주 편하고 안전하게 몽골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어느새 살랑살랑 들어왔다.


"비행시간 내내 실시간 위치를 보며 왔다 "


몽골 공항의 첫인상은 "응? 한국분이신가?" 싶을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했다.

건물은 옛날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던 흰색에 민트색이 칠해진 간단한 건물이었다.


짧은 길을 따라가니 입국심사를 위해 줄을 선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북적북적했다.


여행 중 입국심사가 제일 긴장됐다. 혹여나 영화에서 봤던 질문을 할까, 두려움에 떨며 앞서 심사를 받는 사람들과 공항직원의 입을 유심히 관찰했다. 입을 움직인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유심히 들어보려 했지만 금방 나의 차례가 되었다. 여권과 티켓을 보여주며 눈은 허공에 어색한 손은 어디에 둘지 몰라 주머니 속에 넣었다 뺏다만 반복했다. 다행히 공항 직원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않고 가벼운 미소와 함께 여권을 돌려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 미소가 천사 같았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안면이라도 있다는 듯이 아주아주 밝게 웃으며 운전기사를 만났다. 악수를 하는데 손아귀 힘이 어찌나 세던지 몽골사람들은 힘이 세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힘이 센 기사님의 도움을 받아 짐을 싣고 일행들과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출발했다.



몽골은 차량도 다양하다.  한국의 기아와 일본의 닛산 자동차가 가장 인기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운전석이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는데 이 때문에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몽골의 운전은 80년대? 90년대 운전문화와 같았다. 안전거리 확보는커녕 아주아주 아슬아슬하게 운전을 하는 기사님을 보고 베테랑의 기운이 흘러내렸다. 그뿐만 아니라 도로에 실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워져 차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고가 날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다. 상대 운전자를 창문 사이로 봤는데 여성운전자였다. 뒤늦게 들었을 때 몽골은 여성분들이 굉장히 터프하게 운전한다고 한다.


"공항은 언제나 차가 복잡하게 엉켜있다"


가까스로 사고를 피한 기사님은 요리저리 피해 무사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시간이 몽골 시간으로 새벽 1시였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1시간 정도 느리다. 거리에는 몽골의 젊은 친구들이 나와 철통에 모닥불을 켜놓고 노래를 틀어놓는 모습이 조금은 무서웠다. 새벽 한 시에.. 모닥불과.. 랩을 틀어놓고.. 모자를 거꾸로 썼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많이 보던 할렘가처럼 느껴지곤 했지만 새벽 한 시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경찰분들이 보여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닥불도 함께 찍고싶었지만 무서워서 못찍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아주 낡은 건물이었는데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로 갔지만 고장이 났는지 우리가 머문 곳은 엘리베이터 버튼이 눌러지지 않았다. 내려가려면 계단이나 밑에서 다시 올라와야 하는 곳이었다.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굉장히 넓고 깨끗했다. 그리고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주인아주머니는 아침에 먹을 식빵 그리고 하얗고 커다란 달걀, 그리고 잼을 놓고 가셨다. 이쯤 되니 몽골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침대에 짐을 풀고 정리하면서 오기 전에 했던 걱정거리들이 하나씩 사라지고는 했다. 몽골은 전기가 잘 안 들어온다고 익히 들었지만 역시 수도(울란바토르)라서 그런지 여러 개를 꼽아놓아도 괜찮았다. 몽골이라는 나라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자연의 나라로 기억되기 쉽지만 수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새로운 건물을 짓는 공사현장이 많았고 공항도 새로 짓고 있다고 한다.



다만, 샤워를 하는데 물은 콸콸 잘 나오지만 약간의 흙냄새가 났다. 그럼에도 양치와 샤워를 모두 깔끔하게 마칠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흙냄새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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