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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벼운 고래 Nov 09. 2019

몽골, 두번째 이야기

바양작




어젯밤 맥주와 별에취해 다들 늦게 잠이 들었지만 게르밖에서 동물울음 소리가 들려와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일행 중 한명이 문을 열고 밖을 쳐다봤는데 바로앞에 소가 한마리 있었다고 한다. 눈을 마주친 순간 조용하고 아주 천천히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렇게 잠을 설친 일행과 함께 일찍 일어난 김에 일출을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일출을 보기위해서는 동해나 아주 높은 산을 가거나 하나의 이벤트로 여겨졌지만 몽골에서는 달랐다. 가리는것 없는 초원에서 일찍 일어나기만 하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르에서 각자 의자를 꺼내와 따듯한 커피 한잔씩 타고, 수다를 떨었다.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해가 뜨기까지 한참 더 걸렸지만 그 순간은 어느 누구도 수다를 떨지않고 같은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일출을 보며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않았다. 해가 머리를 빼꼼 할때부터 지평선위에 뜰때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걸리지만 그 시간만큼은 타임랩스마냥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매번 넋놓고 바라보다 찍는걸 항상 까먹는다"



일출이 끝나고 하나 둘 씩 게르로 돌아와 아침을 기다리는 동안 짐정리를 시작했다. 오늘 입을 옷을 꺼내들고 간단한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보통 몽골을 여행간다고 하면 배낭을 들고갈거라는 사람들이 많을거다. 하지만 이동시간 대부분이 차로 이루어지고 짐을 꺼낼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몽골여행에서는 캐리어를 들고 가는게 편하다. 다만 오프로드를 달리는 동안 캐리어가 손상될 경우가 있어 주의를 해야한다.



타샤는 아침 7시 30분이 되면 조식을 만들어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날은 계란탕을 만들어 가져다 주었다. 아침 일찍이라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따듯한 계란탕은 언몸을 녹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다시 푸르공에 탑승했다. 우리는 하루씩 시계방향으로 탑승 위치를 바꾸었는데 위치를 바꿀때마다 색다른 경험을 했다. 첫날은 문 바로 옆에 탓는데 받침대가 없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튿날은 바로 뒤쪽에 탑승했는데 너무나도 편해서 여행지로가는데 잠이 솔솔 찾아왔다.



3시간 정도 달리다 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와 한 마을의 음식점에 들어갔다. 첫날의 강한 기억때문이었는지 음식점에 들어가자마자 국수를 외쳤다. 음식이 나오자 가장 먼저 냄새를 킁킁 맡는게 버릇이 된 기분이었다. 다행히 맛있는 냄새가 바로 수저를 들게 만들었다. 몽골의 음식은 대부분 숟가락으로 퍼먹도록 만들어져 나왔다. 내가 먹은 국수도 짧은 면이라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었다. 국물을 한숟가락 떠먹으니 강한 고기향이 느껴졌는데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었다. 먹고 나서 알고보니 소고기라고 한다. 어쩐지 많이 먹어본 맛이었다. 타샤가 만두도 함께 주문했는데 밀가루를 납작하게 만들어 그 안에 고기를 채운거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야채가 들어가있지않았다. 오로지 고기만 넣고 튀긴 만두였다. 양고기 였는지 염소고기였는지 육즙이 뚝뚝 흘러나올정도로 기름이 많았다. 간장에 찍어먹으니 우리나라의 군만두와는 다른 신기한 맛이었다.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간정도 달려 두번째 여행지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지는 바양작 이라는 곳이었다.



"밀가루 반죽은 언제나 두꺼웠다"


여행지중에 가장 짧게 달려온 곳이기도 했다. 입구에는 악세사리와 낙타인형을 파는 상인들이 있었다. 낙타가 귀엽게 줄 서 있는것을 보고 바로 사고싶었지만 내려오는 길에 사기로 하고 바양작으로 올라갔다. 바양작은 작나무가 풍부다고 하여 바양작이라고 한다. 첫인상은 어제의 차강 소브라가와 비슷했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보니 차강소브라가의 날카로운 인상보다는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보이는것보다 넓고 높은 곳인데 좋은카메라 가져갈껄"


바양작은 수천년동안 바람에 깎이고 비로인해 흘러내려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단단한 바위도 가까이서보면 연마해놓은 듯 부드러운 입자를 가지고 있었다. 바양작이 유명해진것은 엔디리우스 단장의 연구단이 우연히 공룡화석을 발견해서라고 한다. 듣기로는 잠시 쉬려고 앉은 바위옆에 공룡화석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 고고학자들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바양작을 이리저리 둘러보면 절벽이 많은데 그 곳 끝에 서 있으면 하늘에 떠있는 산과 같이 보인다. 절벽이 많아서인지 비양작에서 사고가 가장 많다고 한다. 부드러운 모래로 미끄럽고 절벽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의를 하지않으면 낭떨어지로 떨어진다"



생각보다 짧은 구경을 마치고 입구의 상인들에게가 다시 구경을 시작했다. 상인의 딸이 있었는데 굉장히 어려보였다. 그런데도 팔찌에 관심보이는 나에게 만투그릭! 만투그릭! 을 외쳐댔는데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만 이라는 말이 어색하지않았는데 만은 우리나라 단위가 아닌가. 부모를 따라다니며 한국인들을 많이 만나 외웠나 싶다. 팔찌가 맘에들어서였는지 아이가 귀여워서였는지 몰라도 고민도 하기전에 이미 팔찌하나가 내 손에 들어와 있었다.



짧은 시간을 뒤로하며 게르로 이동하기로 했다. 한 시간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여러 동물처럼 꾸며놓은 건물이 있는 곳이었다. 식당은 거북이 형상을 또 다른 건물을 코끼리 다른 하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특이했던 점은 공룡화석이 발견된 바양작 근처라 그런지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공룡 화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짐을 풀자마자 박물관을 갔지만 허접하게 붙여놓은 화석이 단 한구 서 있었다. 실망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실제 공룡화석을 또 언제 볼까 싶어 만지기도 하고 자세하게 들여다 봤다. 어떤 공룡인지는 몰라도 키가 나만했다. 살아있었다면 보고싶지 않은 공룡이 아니었을까 싶다.



게르에 돌아오니 일행들은 이미 각자자리에 뻗어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캠핑장 한쪽 구석에 앉을 수 있는 나무에 맥주하나씩 들고 노을을 감상했다. 몽골에서 가장 기억나는 부분이 매일 아침 일출과 일몰의 노을이었다. 매번 다른 색을 띄며 지는 몽골의 하늘은 언제봐도 아름다웠다. 오히려 아무 생각들지 않아 사람들이 말하는 제대로된 힐링을 할 수 있었다.


"DSLR을 꼭 가져가길 추천한다"



어제의 게르 캠핑장은 물이 쫄쫄나와 샤워가 불가능했지만 오늘의 게르는 물이 잘나와 샤워가 가능했다. 따듯한물은 안나오지만 물이 나온다는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조금 짠맛이 나긴 했지만 나름 상쾌하게 샤워를 마칠 수 있었다. 몽골은 여행지쪽으로 갈 수록 전기가 귀해 정해진 시간대에 전기를 틀거나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대에 모두들 휴대폰과 보조배터리, 카메라를 충전하기 위해 멀티탭을 이어붙여 충전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게르에서 어젯밤과 같이 노래를 틀고 맥주를 마시며 좀 더 서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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