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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 Dec 22. 2022

(In)visiable man

16. 눈에 보이(지 않)는 통번역사

다시금 추워진 날씨에 코로나 확진자 추이는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상에 모두가 익숙해졌고, 통역사와 클라이언트들은 온라인 행사와 미팅, 각종 콘퍼런스 통역 시스템에  적응한 채로 바쁘게 달려온 2022년도 어느새 한 달도 채 지 않았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딱 1년 전에 연재를 시작했던 매거진 '밥벌이 통번역사'를 마무리해보려 한다.




통번역사의 역할이 확장되고 그 경계가 모호해져 가는 현시대에 통역사는 외국어 진행자(MC), 인기 인강 강사, 콘텐츠 제작자 등 제2의 정체성을 갖고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존재감을 드러내 있다. 또 다른 현장에서는 전통적인 정체성 그대로 부스 안에서 연히 존재하지만 마치 없는 존재처럼 일하기도 한다. 물론 후자의 경우  통역사가 주어진 역할을 잘 해냈을 때보다 자신의 본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 그 존재가 두드러져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비단 통역뿐 아니라 번역의 경우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번역서가 출판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서점의 매대를 채우고 있는 요즘 인기 번역가가 옮긴 책을 일부러 찾아 읽는 독자들, 자신이 선호하는 번역체를 갖고 있는 번역가의 책을 찾아 읽는 독자도 있지만 실제 대중들에게 번역가의 존재가 인식되고 회자되는 경우는 출판물과 영상 매체, 콘텐츠 등의 오역 논란을 있을 경우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필자는  마지막 현장일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통역을 수행했고, 그 현장에서는 드물게 해외 연사 1인을 위해 4시간 풀타임 양방향 1인 동시통역을 진행해야 했다. 현장을 조직하고 통역사를 섭외한 담당자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이런 업무 강도가 일반적이지 않은 데다 1인의 동시통역사에게 얼마나 벅찰 것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행사가 문제없이 잘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이런 극한의 현장에서도 통역사인 필자의 존재는 그날 인비저블 즉, 눈에 보이지 않았다.


평소 즐겨보는 '알쓸 시리즈'의 새로운 에피소드에서 김영하 작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인비저블'한 존재들을 언급했을 때 마치 내가 원을 은 기분이었다. 현장에서 인비저블한 통번역사로서 말이다. 디에나 있지만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이 세상의 모든 통번역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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