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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won Jan 28. 2019

2017.04 적극적인 독일의 ‘양성평등 직업 교육’

적극적인 독일의 ‘양성평등 직업 교육’


 유럽은 성 평등 지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통계 자료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유럽 매체가 보도하는 여러 기사를 읽거나 길거리 풍경을 보다 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성 평등 이슈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는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일상에서 눈에 띄는 풍경 중 하나는 유모차를 끄는, 즉 아이양육을 전담하는 엄마 비율 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아이들 등하교 시간에도 대부분 엄마가 아이들을 보살피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는 여전히 ‘아이 돌봄(Kinderbetreuung)’ 영역은 여성들의 일이라 여기는 독일 문화와 연결된다. 


독일 언론 도이치벨레(Deutsche Welle, DW)는 유치원과 같은 돌봄 기관에서 일하는 남성이 지금도 아주 특별하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를 통해 “여전히 사회의 상당 부분이 육아나 아이 돌봄 영역은 여성의 일이라고 여긴다.”라며 일을 둘러싼 독일 사회의 성(gender) 고정관념에 대해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유치원에서 일하는 남성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많은 청년에게 이 일은 여전히 원하는 직업이 아니다. 지금도 소년들은 자동차기술자(Kfz-Mechatroniker)가 되고 싶어 하는 반면 소녀들은 유치원 같은 기관에서 돌봄 일을 하는 ‘Erzieher’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아동보육기관에서 일하는 남성 비율은 10년 전 3.1%에서 현재 5.4%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적은 수치다. 


이미지 출처 : 도이치벨레 



이처럼 현실은 천천히 바뀌고 있지만, 일을 둘러싼 양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한 독일 정부의 노력은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는 직업과 관련해 남녀 평등한 기회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성과 기회균등을 위한 네트워크(Netzwerk Vielfalt und Chancengleichheit)’가 있다. 남녀평등정책, 노인, 장애인 담당 부서와 베를린 의원 등으로 구성된 이 네트워크는 2011년 설립되었다. 다양하고 평등한 기회 제공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 전략 수립 등의 일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러 조직의 근무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인 Miguel Diaz 전문가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지금도 성 고정관념에 따른 일을 하고 싶어 한다.”라며 “하지만 직업 선택은 청년들이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인식 개선이 꾸준히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도이치벨레(DW) 기사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의 고정된 성 역할 인식을 바꾸기 위한 좋은 양성평등교육 사례로 걸스데이(Girls’Day)와 보이스데이(Boys‘Day) 행사를 소개했다. 성 역할에 고정되어있지 않은 직업을 알게 해줌으로써 다양한 직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행사 목표다. 


2001년에 시작해 매년 4월에 열리는 걸스데이 행사는 소녀들이 전형적인 여성 직업 세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직업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소녀들은 이공계와 전자, 자동차 등 기술직 체험을 하게 되며 10년 넘는 기간 동안 170만 명의 소녀들이 참여했다. 반면 소년들은 보이스데이를 통해 반대로 여성영역이라 여겨온 아이 돌봄 등의 영역을 경험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작한 보이스데이 행사에는 19만 명이 참여했다. 


걸스데이를 통해 소녀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가구제작과 같은 수공업(Handwerk), 기술(Technik), 자연 과학(Naturwissenschaften) 및 IT 분야의 교육 및 학습 프로그램에 대해 배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나 정치 영역 등에서 관리 직책을 맡고 있는 여성들을 롤모델로 알 기회도 얻는다. 


걸스데이에 참여중인 학생 모습 (출처:www.girls-day.de)


수많은 기업과 함께하는 이 행사는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undesministerium für Familie, Senioren, Frauen und Jugend) 및 연방 교육연구부(Federal Ministry of Education and Research)가 후원하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고 사례도 있는데, 참여기업의 21% 정도가 걸스데이 행사에 참여해 높은 평가를 받은 소녀들을 고용하고 있다.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발표한 몇 가지 통계 자료는 걸스데이와 보이스데이 행사의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한다. 걸스데이 행사가 시작한 이래로 자동차 관련 직종에 수습생으로 일하는 여성 비율이 2000년 5.5%에서 2015년 15%로 증가했다. 또한 보이스데이에 참여한 소년 중 유치원 같은 기관에서 돌봄 일을 하는 ‘Erzieher’ 교육을 받고 있는 비율이 2012년 16.8%에서 3년 만에 18.6%로 증가했다. 


올해 소녀의 날, 베를린교통국(Berliner Verkehrsbetriebe, BVG)에서 지하철 운전방법에 대해 배우는 현장을 방문한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의 차관인 Kleindiek 박사는 “청년들이 ‘소년’ ‘소녀’가 아니라 관심사와 능력에 맞춰 직업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직업세계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성 고정관념으로 제한된 직업 선택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자신의 관심과 능력을 바탕으로 일한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의 성공에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독일은 이처럼 정부 주도로 실질적인 양성평등 직업 교육을 통해 청년들의 시야를 넓히고 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직업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보다 성 평등 지수는 낮은 편이지만,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은 조금씩 독일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직업 세계에서 여성/남성을 구분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는 마누엘라 슈베시히(Manuela Schwesig)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의 말처럼, 성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더욱 발전하는 전 세계 양성평등 직업교육을 기대해본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고 (2017.05)

채혜원 독일 통신원 




* 참고사이트 

독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https://www.bmfsfj.de

걸스데이/보이스데이 홈페이지 www.girls-day.de / www.boys-da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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