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된 능력주의 사회가 찾아온다

by 리도란

최근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는 팔란티어(Palantir)가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하고, 고졸 인재를 대상으로 한 ‘Meritocracy Fellowship(능력주의 펠로우십)’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에 가속도가 붙었다. 겉으로는 ‘학력보다 실력’이라는 선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이 숨어 있다.




샌델이 말하는 능력주의의 그림자


하버드대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은『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을 통해 능력주의 사회의 이면을 철학적으로 파헤친다.

그는 현대 사회가 ‘공정함’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능력주의라는 이름 아래 불공정과 분열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샌델은 특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긍정적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두 가지 독소가 숨어 있다고 경고한다.


1. 승자에게 자만을, 패자에게 수치를


오늘날 성공은 종종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로 해석된다.

좋은 대학, 높은 연봉, 사회적 지위를 얻은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내가 잘해서’ 이룬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사회적 배경, 기회, 운이라는 중요한 요소들을 무시한다.


결국 실패한 사람은 “네가 못나서 그렇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받게 된다.

능력주의는 이처럼 승자에게 자만을, 패자에게는 수치심과 소외감을 안기며 공동체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린다.


2. 출발선이 다른 '공정한 경쟁'이라는 착시


명문대 입시나 채용 제도는 점점 더 공정한 경쟁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출발선이 이미 다르다는 데 있다.

부유한 가정은 더 나은 교육, 정보, 네트워크를 누릴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회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기회를 공평하게 주었다"고 믿으며 능력주의적 결과를 정당화한다.


결국 능력주의는 구조적 불평등을 가리는 가면이 되고, 이미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AI 시대, 능력주의는 더 날카로워진다


나는 AI 기술의 확산이 이러한 능력주의 구조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OpenAI, Anthropic, Google이 각각 출시한 고성능 AI(ChatGPT, Claude, Gemin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매월 200~250달러에 이르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앞으로는 모델 간의 성능 격차가 더욱 커지고, 월 1만 달러 이상의 고급 모델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는 곧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이들이 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더 높은 생산성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보 격차는 기술 격차로, 기술 격차는 기회 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런 양극화된 능력주의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를 구성해온 많은 직업과 질서가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자격, 경력, 학벌 중심 구조는 AI 활용 능력, 정보 접근성, 생산성으로 급속히 대체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각자의 생존과 삶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금이야말로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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