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이 돈이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by 리도란

지금 세대가 ‘조금 더 편리하고, 빠르고, 풍족하게 살기 위해 미래 세대의 자연과 생존 가능성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쾌적하고 수익성 높은 미래 사업 추진과 함께, 전체 투자 중 단 1%라도 지구를 조금 더 오래 보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쓰이기를 바란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연간 IDC 평균 투자비용이 1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과잉투자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반면, ‘과소투자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생성형 AI 및 API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트래픽(정확히는 호출량)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의 투자는 시기의 문제일 뿐 결코 과잉은 아니다. 제본스의 역설처럼 AI 모델 성능이 향상되고 호출 단가가 낮아질수록 활용도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HBM의 용량당 단가가 2026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면, 2027년부터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한 회사의 서비스 장애 및 재난 상황에서 기술적 책임을 지는 업무를 하다 보면, 단순한 서비스 이상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로 인한 인프라 손상, 사회 재난에 따른 트래픽 급증 등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현상들이 리스크로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깊이 고민하게 되는 주제는 기후변화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들어왔던 기후 이야기가 이제는 체감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전례 없는 산불, 모래폭풍, 우박, 태풍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그 변화의 속도와 강도, 피해 규모에 놀라게 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평균 기온이 10~~20도 올랐을 때가 아니라 단 5~~6도만 상승해도 멸종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이제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식량 위기나 <기동전사 건담>의 우주 진출·콜로니 건조는 더 이상 허황된 공상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준비해야 할 미래 시나리오처럼 다가온다.


아직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보편화되지 않은 AI 시대의 초입임에도 투자 규모가 이 정도라면, 앞으로 기술 기업의 경쟁력은 인재 확보나 GPU 같은 인프라 투자뿐 아니라 전력 수요에 대한 해법까지 포함되어야 할 것은 자명하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닌, GPU·NPU를 생산하거나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AI 전력 인프라에 투자하는 ETF들의 올해 YTD 상승률만 보더라도 그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전력 생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기후변화를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마주하게 된다는 의미다. SMR, 풍력, 태양열 등 고효율 친환경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안할 때 화석 연료 사용, 냉각수 소모, 열 배출과 같은 환경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세대가 ‘조금 더 편리하고, 빠르고, 풍족하게 살기 위해 미래 세대의 자연과 생존 가능성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쾌적하고 수익성 높은 미래 사업 추진과 함께, 전체 투자 중 단 1%라도 지구를 조금 더 오래 보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쓰이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것이 기업이 실천해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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