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망가진 가전제품일 수도 있고, 부족한 가게 월세를 충당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일정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 해결에 집중하다 보면, 때로는 집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좁은 시야에 갇히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문제 해결 지점이 문제 발생 지점과 같은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멀찍이 떨어진 지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 될 때도 있다.
작년 가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오며 이전에 쓰던 드럼 세탁기를 교체해야 했다. 이전부터 드럼 세탁기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었기에 용량을 좀 더 키운 제품을 알아봤지만, 이사온 아파트의 다용도실 구조상 건조기와 함께 드럼 세탁기를 놓을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마침 주변에서 “요즘 통돌이 세탁기는 예전과 달리 소음도 거의 없고 빨랫감 손상도 적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꿔 통돌이 세탁기를 구매했다. 기대한 대로 조용했고, 세탁도 훨씬 부드러웠다.
그러나 통돌이 세탁기는 드럼 세탁기와 달리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세탁 후 먼지 뭉치 같은 부유물이 빨랫감에 붙은 채 남는다는 점이었다. 인터넷에서 해결책을 찾아 물티슈를 함께 넣어보거나 거름망 청소를 자주 해보았지만, 구조적 한계로 완벽한 해결은 어려웠다.
며칠간 스트레스를 받으며 통돌이 세탁기를 중고로 판매하고 드럼 세탁기로 돌아갈까 고민하던 중, 문득 해결책이 떠올랐다. 건조기는 기본적으로 옷감에 붙은 먼지와 보풀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모든 빨랫감을 건조기에 넣거나, 건조기에서 제공하는 특수 기능 중 하나인 에어 리프레시 기능을 활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덕분에 빨래 건조대 사용도 줄었고, 이후엔 건조기에 돌려도 괜찮은 옷들을 주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세탁기의 문제를 반드시 세탁기로만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
빨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회사 생활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자주 벌어진다. 얼마 전 직책 리더들과의 멘토링 시간에 이런 조언을 한 적이 있다.
“리더가 되면 누구나 힘든 과정을 거칩니다. 그 시간은 누군가에겐 1년, 또 다른 누군가에겐 3년이 걸릴 수도 있죠. 중요한 건 그 시간을 빠르게 통과하는 사람은 있어도, 인고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안착하는 리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만약 팀 운영이 너무 힘들어 도망치고 싶다면, 팀을 하나 더 맡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한 명 한 명의 구성원이 가지는 영향력이 크게 느껴지지만, 팀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그 임팩트가 작아지니까요.
10명 조직을 맡든 100명 조직을 맡든 리더의 고통 총량은 비슷하고, 오히려 소수가 일으키는 문제 상황이 덜 도드라지게 됩니다.”
모든 문제를 이런 식으로 풀 수는 없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면 의외의 곳에서 해결책이 떠오를 수 있다. 반드시 문제지점과 같은 곳에 해답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