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과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법

by 리도란

정기적으로 회사의 주요 사건·사고에 대한 리뷰를 진행하는 일종의 감사 미팅을 연다.

이 미팅에서는 지위의 고하나 부서 간 알력관계를 내려놓고, 사건의 발생 원인, 시간순 대응 및 해결 과정,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재발 방지책 수립을 다룬다.


이런 미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마음이 불편한 이야기들을 건네야 한다.


- 사건·사고를 발견하고 대응하는 속도가 늦어 피해가 커졌는데, 조직 내 대응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 고객의 피해가 큰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주요 책임자가 빠르게 자리에 위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 원칙들이 준수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 이 안건은 대외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경영진께 보고될 것이라는 점을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멘트를 할 때마다 스스로 되뇌이는 말들이 있다.


- 나는 이런 질문을 던져도 되는 사람인가?

- 내가 특정 조직이나 사람에 편견이나 편향 없이 중립적으로 일하고 있는가?

- 오늘 한 질문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다른 조직에도 동일하게 질문할 수 있는가?

- 사실과 감정을 분리해, 나는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대하고 있는가?


모든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내가 하는 일의 균형은 쉽게 무너지고 회의체를 운영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는 어떤 말을 할지, 어떤 스탠스로 대응할지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한번은 리뷰에 함께 참여하거나 보조하는 구성원들 중 일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우리가 그런 질문을 해도 되는 사람들인가요?”

“우리 중 일부 멤버가 상대 조직에 비해 충분히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성격의 회의체를 운영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질문을 던지는 구성원들은 감사 미팅에 크게 관여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직원들이다.

왜 그들은 그런 질문을 던질까? 나는 이 문제를 꽤 오랫동안 고민했고, 최근 만족할 만한 답을 얻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내가 나름의 답을 찾았던 과정이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유튜브 콘텐츠 중에 ‘좋은 윗사람이 되는 법’이라는 내용이 있다.

좋은 리더 혹은 윗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충성심 높은 사람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루는데, 그중 특수부대 구성원을 선발하는 방법론이 소개된다.

간단히 요약하면, “성과가 높은 사람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나는 군 입대 후 논산훈련소와 후반기 교육까지 경험한 특수병과 출신이다.

후반기 교육 과정은 논산훈련소 시절에 비해 몸과 마음이 훨씬 편했다.

그럼에도 동기들과의 우정과 끈끈함은 논산훈련소 시절이 압도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함께 구르고 고생했기’ 때문이다.

흔히 이것을 전우애라고 부르는데, 회사에서도 신뢰와 충성심이 생기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진행하는 감사 미팅은 조사, 커뮤니케이션, 회의체 운영, 후속 보고까지 어느 하나 마음 편한 업무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어렵고 힘들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오랫동안 부대끼며 함께한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전우애가 생긴다.


반대로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사람들 안에서는, 우리가 하는 일들을 보며

‘오지랖을 부리는 행동’, ‘미련한 행동’, ‘부족해 보이는 지점들’, ‘도대체 왜 저렇게 하는 걸까’와 같은 생각이 자라난다.

직접 대응하는 현장 감각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실무자들이 대응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감사 미팅에 대한 일부 구성원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그들이 그런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함께 고생하며 쌓인 전우애가 없고, 특수부대 선발 기준에서 말하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당신이 무심코 상대방에게 어떤 말을 던졌을 때, 그 말이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일수록 사람들은 말의 내용보다 당신의 평소 행동을 먼저 본다.

그래서 당신이 하는 업무가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라, 무겁고 진중하고 어려운 성격의 업무일수록 평소의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당신의 말과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결국 평상시 당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해결지점이 문제지점과 동일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