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

by 리도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1주일 무료 체험 기간이 제공되어 이용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아마존 계정에 접속했기 때문인지 3일 후,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전체 서비스)의 한 달 무료 체험도 제공해 주겠다는 요청이 와서 수락했다. 상식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후 한 달 동안 어떤 비용도 청구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프라임 비디오 멤버십을 시작한 지 일주일 후, 새벽 시간에 결제 문자가 날아왔다. 이상하다 싶어 아마존 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중복 결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빨간색 경고 문구만 있었고, 멤버십을 즉시 취소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없었다. 결제가 꼬인 상태에서는 고객센터 연결도 매우 까다로워, 먼저 신청한 무료 멤버십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한 달을 기다렸다.


한 달이 지난 후 고객센터에 이메일을 보냈다. 문제는 이 과정 역시 간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객센터 이메일 발송 링크를 찾는 과정이 불편했는데, 중간 과정 대부분이 AI로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어쨌든 연결은 가능하다는 점에 안도했다. 나 역시 이때부터 메일 송수신에 AI를 활용했다. 한글로 작성한 내용을 몇 초 안에 AI가 번역해서 처리해 주는 일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럽다.


비슷한 경험은 얼마 전 해외 VPN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도 반복되었다. 고객 문의에 대한 자동 응답에는 전 과정을 AI가 처리하고 있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고, 홈페이지의 링크 구성 또한 AI 기반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와 기업이 직접 커뮤니케이션한 것이 아니라, 나의 에이전트와 그들의 에이전트가 대화하거나 상호 작용한 셈이다.


AI 붐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제 2차, 3차 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이 여전히 초창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에이전트 간 연결이 아직 매끄럽지 않고, 기존 모바일 OS와 앱스토어의 관문을 장악하고 있는 일부 기업, 검색 포털, SNS 서비스 운영사, 주요 AI 서비스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인 '관문 차지' 경쟁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가 무서운 이유는 단 하나다. 이 기술이 원활하게 동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OS가 지니고 있던 운영상의 해자(moat)나 검색창이 가진 기술적 해자는 모두 무력화될 수 있고, 에이전트가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앱스토어 역시 존재할 필요가 없어진다. 단일 OS이자 단일 앱으로 구성된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을 상상해 보면 된다. 이 스마트폰은 전화, 문자, 메모, 게임, 쇼핑, 검색까지 모든 일을 처리해 준다. 그것도 내게 딱 맞게 최적화된 형태로.


바야흐로, 나를 대신해 AI가 사고하고 소통하는 대(大) 에이전트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운차리고 하루를 사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