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5가 출시되었다. 오전부터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와 ChatGPT 페이지에 접속해 보았다. 화면에는 깔끔하게 GPT-5 사용을 권장하는 안내가 떠 있었고, 모델 선택 옵션에서도 기존 모델은 사라진 채 GPT-5 Thinking과 Pro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아 있었다.
좋은 선택이다. 빠른 모델, 수학에 강한 모델, 작문에 좋은 모델, 코딩에 특화된 모델, 사유에 뛰어난 모델을 굳이 나누는 것은 사용성을 복잡하게 만들 뿐, 사용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일반 언어 모델과 추론 모델을 통합했다고 하니, 이제는 모델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인프라 리소스 활용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모델 크기에 따라 여러 모델을 메모리에 따로 올려두고, 프롬프트가 입력되면 처리 경로를 구분했을 텐데, 이제는 그 과정을 추상화했다. 덕분에 고성능이 불필요한 경우 더 단순한 모델로 처리해 전체 인프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산업 측면에서도 GPT-5는 기존 인터넷 서비스 사업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준비를 마친 듯하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면 사회적 수용이 어려울 수 있기에, 오히려 시간을 들여 속도를 조절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나는 앞으로의 세대들, 특히 AI에 익숙하게 태어난 ‘AI native’ 세대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지 기대하게 된다. 그 세상은 모든 사람이 누구라도 될 수 있고, 동시에 아무도 아닐 수 있는 곳일 것이다. 의사라서, 변호사라서, 공학자라서 무엇을 할 수 있거나 없다는 기준보다, 직업적 경계가 평탄화된 기반 위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세상 말이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위기의 인식과 함께, 사회 체제 변화에 대비한 담론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이상적인 미래와 새로운 세상을 그려보는 상상이야말로 AI와 함께 살아가는 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누구라도 될 수 있고 아무도 아닐 수 있는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