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1

by 리도란

주변에서 꼭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듣다가 모종의 계기로 『먼저 온 미래』를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AI가 각 산업과 직업군에 침투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를,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바둑계에서 나타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ChatGPT 이후 세상이 AI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연히 달라졌다. 변화의 흐름은 대체로 이렇게 정리된다.


- AI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정말 대단한데?

- 그래도 아직은 부족해

- 지난달과 이번 달이 다르네?

- 아니, 지난주와 이번 주도 다르잖아?

- 이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 그런데 벌써 일부 직업군에서 해고가 발생하고 있어

- 앞으로 3~5년 뒤, 내 직업은 괜찮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람들이 AI에 놀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AI의 학습과 실행 속도는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영화 ‘Her’에서처럼 AI는 동시에 수십만 명과 교감하며 대화할 수 있고, 지구상의 모든 바둑기사가 평생 두는 대국보다 더 많은 대국을 단 하루 만에 소화하고 스스로의 기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속도 격차는 인간의 인지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AI가 사람이 아니므로 일부 분야는 할 수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먼저 온 미래』에서도 ‘창의성’에 대한 논의가 반복된다. 많은 이들이 창의성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마지막 영역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길러지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결국 ‘그렇지 않을까’, ‘그런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에 머문다. 실제로 우리가 말하는 ‘인간다움’ 역시 대부분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고, 이를 관찰해 학습한 AI가 인간다움을 재현한다고 해도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AI가 몰고 올 미래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걱정은 아직 시작일 뿐,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장 예측하기 쉬운 결과는, 바둑계에서 이미 보였듯 수많은 직업군의 형태가 변하는 것이다. 가까이에서는 창고 정리, 물건 이송, 운전, 요리 같은 일부터 법무, 회계, 의료 같은 전문직은 물론 문학, 회화, 만화·애니메이션, 영상 매체의 창작까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며 먹고 자고 생활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 혹은 AI와 로봇의 결합이 새로운 수익 구조와 사회적 기여 방식을 만들어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직업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증기기관이 세상의 구조를 바꿨듯 새로운 기술도 질서를 재편할 뿐, 세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AI가 침투하는 모든 산업에서 업계를 떠나는 사람, 그 안에서 생존하는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 깊게 기술을 받아들여 새로운 지평을 여는 사람들이 공존할 것이다. 단지 그 미래가 바둑계에 먼저 도착했을 뿐이다.


예전에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 정체된 차량 사이에 있으면 이 구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하지만 헬기에서 내려다보면 곧 끝난다는 걸 명확히 알 수 있지. 우리 인생도 비슷한 것 같아. 지금 힘든 순간을 조금만 버티면 좋은 세상이 열리는데, 많은 이들이 그걸 참지 못하고 중도에 이탈하곤 해.”


이제 막 시작된, 그리고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혼란의 시기를 지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더 밝고 긍정적인 미래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AI 기술과 그 기술이 몰고 올 변화를 배우고, 사용하고, 익히는 과정을 멈추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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