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주, 처음 태동을 느끼다.
잠보야,
오늘 새벽 잠에서 깨었을 때
처음으로 너의 움직임을 느꼈어.
툭, 톡 톡 도독
그냥 소화가 되는 중인 걸 착각한 게 아닐까
한참을 배에 손을 대고 집중했는데
아무래도 네가 맞는 것 같아.
적어도 아주 센 발차기 몇 번은 말야.
그래, 나에겐 지금 네가 함께 있구나.
초음파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내 피부로 살로 너를 느끼게 되는구나.
벌써 이렇게 신기한데,
내 눈으로 코로 널 만나면 어떤 기분이려나.
네가 부담스러웠던 순간들이 이젠 기억나지 않아.
나는 잠보야,
널 완벽하게 돌봐주기에 부족할지도 몰라.
네가 배고프고 졸립고
기저귀가 젖어 기분이 나쁘고
덥고 혹은 추워서 결국엔 앙앙 울어버릴 때 까지도,
나는 뭘 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댈지도 몰라.
나도 네가 처음이거든.
이렇게 온전히 다른 누군가를 품은 게 처음,
그래서 이렇게 설렌 것도 처음,
이렇게 두려운 것도 처음..
아니, 그냥 너처럼 어린 생명을 30분 이상 보고 있는 것만으로 난 처음일테니까 말야.
그렇지만 잠보야,
너무 걱정하지는 마. 우리는 곧 친해질테니.
나는 곧 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될거야.
너는 날 보며 때때로,
그리고 점점 더 자주 방긋거릴거야.
그런 날에 나는 행복해질 것 같아. 아빠를 부르며 방금 너의 웃음을 보았냐며 호들갑을 떨지도 모르고, 네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날 지도 몰라.
Jambo는 아프리카어로 '안녕'이라는 뜻이야.
널 가진 채 엄마랑 아빠는 아프리카에 갔지.
거기서는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는 동물 친구들을 엄청엄청 많이 만났단다. 음, 아마 한 백만 마리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그 친구들에게 우리는 수없이 말했어.
"Jambo~!"
네 이름은 그 수많은 만남의 의미를 담고 있어.
엄마와 아빠의 기적 같았던 만남,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와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고 있던 얼룩말, 기린, 사자, 하마들과의 즐거운 만남,
그 외 수없이 많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너와의 만남.
그러니, 기억해 줄래?
너는 우리가 겪은 수많은 우연이 쌓여 필연이 되고 운명이 된 귀중한 만남의 정수라는 걸.
우리의 아기 잠보야,
너는 네 이름만큼이나
앞으로 무척 멋진 만남을 많이 하게 될 거야.
초록 나뭇잎이 살랑대는 하늘과,
노란빛 핑크빛 꽃들을 만나겠지.
달리기대장 봄이와 천방지축 단추는 정말 기대해도 좋아.
우선 다섯 달 후, 우리와 만나 보자.
네가 우렁차게 Jambo!를 외치며 나타날 날,
나도 아빠도 네 이름을 부르며 활짝 인사할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