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유의 기록
아기가 6개월이 되고 앞니가 제법 올라오고부터 모유수유를 할 때 아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껏 미루고 미뤄 왔던 단유를 할 타이밍이 왔음을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젖량도 차츰 줄고 있는 추세였다. 출산 후 초기에는 너무나 기다려왔던 단유, 그러나 막상 정말 단유를 하려니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아, 6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과업이었던 모유수유가 이제 끝이라니.
나는 아기와의 첫 거리두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원래는 나와 한 몸으로 살고 있었다가, 밖으로 나와서는 언제나 품 속에 두고 먹이고 재우다가, 이제는 그 품에서 내어놓고 한 발치 떨어져서 지켜보는 느낌. 사실 이제 소율은 내가 먹여주지 않아도 혼자 젖병도 잘 잡고 먹는다. 먹고 나면 트림시켜야 하는 것이 또 일이었는데 이젠 혼자 앉고 서면서 놀다가 자연스레 '끄어억' 소리도 내고 시원해한다. 그런 걸 보면 이제 엄마젖은 정말 뗄 때도 된 것 같건만, 나는 왜 이렇게 아쉽고 짠한 기분이 드는 걸까. 젖을 물리려 아기와 한참을 실랑이했던 조리원 수유실이, 유선이 막혀 고통스러웠던 그 숱한 밤과 낮이, 외출했다가도 황급히 돌아와야 했던 불편함이 너무나 아련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아기이지만 지금보다 더더욱 어리고 작았던 소율이 자꾸 생각나서이리라. 힘은 없으면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입을 꼬물거리던 갓난아기가 기억난다. 순식간에 한층 튼튼해져서 이젠 볼 수 없는 그 위태로운 연약함까지도.
단유할 때 엄청 고생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내 몸은 마치 이 날을 기다려왔다는 듯 수월하게 젖을 비워 나갔다. 원래 하루 5번이었던 수유를 2번으로 줄였고, 이틀 후 부터는 하루 한 번으로 줄였다. 그리고 그 이틑날부터는 하루종일 수유를 안 해도 젖이 차지 않았다. 모유수유 중에 줄었던 소변횟수도 다시 늘어났다. 혼합수유를 안정적으로 해 와서인지 소율도 전혀 젖을 찾는 기색이 없다. 단유를 시작한 지 3일, 예상보다 너무 빨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이제 며칠 후면 완전히 젖을 뗄 것이다. 정말이지 작별의 시간은 이렇게 준비 없이 다가온다.
하나도 안 예쁜 수유브라도, 귀찮은 수유패드 교체도 이제 안녕이다. 내 품에 꼬옥 붙어 작은 주먹을 가슴팍에 올려놓고 천천히 식사하는 우리 아기도, 정말 아쉽지만 이제 안녕. 앞으로는 기억 속에서나 종종 보자꾸나.
나의 갓난아기야, 네가 하루 다섯 번씩 나의 품에서 편안하고 배부르고 따뜻하게 지냈던 시간이 있었단다.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야. 그 귀여운 오물거림을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