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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ding Lady May 10. 2018

나의 갓난아기와의 작별

단유의 기록

아기가 6개월이 되고 앞니가 제법 올라오고부터 모유수유를 할 때 아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껏 미루고 미뤄 왔던 단유를 할 타이밍이 왔음을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젖량도 차츰 줄고 있는 추세였다. 출산 후 초기에는 너무나 기다려왔던 단유, 그러나 막상 정말 단유를 하려니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아, 6개월 동안 가장 중요한 과업이었던 모유수유가 이제 끝이라니.


나는 아기와의 첫 거리두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원래는 나와 한 몸으로 살고 있었다가, 밖으로 나와서는 언제나 품 속에 두고 먹이고 재우다가, 이제는 그 품에서 내어놓고 한 발치 떨어져서 지켜보는 느낌. 사실 이제 소율은 내가 먹여주지 않아도 혼자 젖병도 잘 잡고 먹는다. 먹고 나면 트림시켜야 하는 것이 또 일이었는데 이젠 혼자 앉고 서면서 놀다가 자연스레 '끄어억' 소리도 내고 시원해한다. 그런 걸 보면 이제 엄마젖은 정말 뗄 때도 된 것 같건만, 나는 왜 이렇게 아쉽고 짠한 기분이 드는 걸까. 젖을 물리려 아기와 한참을 실랑이했던 조리원 수유실이, 유선이 막혀 고통스러웠던 그 숱한 밤과 낮이, 외출했다가도 황급히 돌아와야 했던 불편함이 너무나 아련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지금도 아기이지만 지금보다 더더욱 어리고 작았던 소율이 자꾸 생각나서이리라. 힘은 없으면서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입을 꼬물거리던 갓난아기가 기억난다. 순식간에 한층 튼튼해져서 이젠 볼 수 없는 그 위태로운 연약함까지도.


65일차 소율. 정말 작았다.
이젠 혼자서도 잘 잡고 거뜬히 한병을 원샷한다.


단유할 때 엄청 고생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내 몸은 마치 이 날을 기다려왔다는 듯 수월하게 젖을 비워 나갔다. 원래 하루 5번이었던 수유를 2번으로 줄였고, 이틀 후 부터는 하루 한 번으로 줄였다. 그리고 그 이틑날부터는 하루종일 수유를 안 해도 젖이 차지 않았다. 모유수유 중에 줄었던 소변횟수도 다시 늘어났다. 혼합수유를 안정적으로 해 와서인지 소율도 전혀 젖을 찾는 기색이 없다. 단유를 시작한 지 3일, 예상보다 너무 빨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이제 며칠 후면 완전히 젖을 뗄 것이다. 정말이지 작별의 시간은 이렇게 준비 없이 다가온다.


하나도 안 예쁜 수유브라도, 귀찮은 수유패드 교체도 이제 안녕이다. 내 품에 꼬옥 붙어 작은 주먹을 가슴팍에 올려놓고 천천히 식사하는 우리 아기도, 정말 아쉽지만 이제 안녕. 앞으로는 기억 속에서나 종종 보자꾸나.

편안하게 눈을 감고 젖을 먹는 너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 수유일 것 같아서.


나의 갓난아기야, 네가 하루 다섯 번씩 나의 품에서 편안하고 배부르고 따뜻하게 지냈던 시간이 있었단다.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야. 그 귀여운 오물거림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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