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무뎌질 게 따로 있는 줄 알았다.
처음엔 아기의 미소 한번으로 이 고생이 다 보상받는 것 같고 옹알이 한번 듣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그랬다. 지금도 물론 소율이가 새로운 걸 하나씩 해낼 때마다 정말 기특하고 신기하지만, 이제는 쏜살같은 아기의 성장 속도에 많이 익숙해져서 처음처럼 매사에 호들갑을 떠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 지금도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이 더 오래 칭찬해주고 싶은데, 무언갈 성공해서 기뻐하던 것이 채 끝나기 전에 새로운 과업을 성공해 버리니 직전에 성공한 건 금세 까먹어 버리는 거다. 이를테면 소율이가 한 달을 넘게 노력해서 성공한 ‘혼자 계단 내려오기’는 하루만에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바로 그 다음날 ‘하라부지’라고 말한 것에 묻혔기 때문에.
예전엔 소율이가 백번 울다가 한번 웃으면 그리 행복하고 ‘육아 할만하다’는 생각마저 들더니, 지금은 열번 웃다가도 한번 울면 그게 참 밉고 그렇다. 사람 마음이란게 참,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도 매일 받다 보니 이렇게나 당연해진다. 네가 매일매일 새로운 예쁜짓을 하는 이 시기가 나중엔 얼마나 그리울런지. 정말이지 초심은 고사하고 하루 전 마음도 기억나지 않는 육아. 모든 걸 기억하기엔 너무 빨리 커버리는 아기.
이제 진짜 부탁이야.
조금만, 조금만 더 천천히 커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