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 기반 AR(증강현실) 활용 퍼포먼스
최근 나는 "지마 지지마"를 외치며 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프로듀스X101에 빠져 그들에게 이입하는 것을 즐긴다. 아마 우리나라의 모든 연습생들은 피땀을 흘리며 스타덤에 올라 '성공'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데뷔를 하고 24시간 만에 유투브 조회수 616만뷰를 돌파해 '성공'한 가상인물들이 있다. 사람도 아닌 가상인물 말이다.
때는 작년으로 거슬러오르게 된다. 작년 하반기, 게임 좀 한다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던 뉴미디어 콘텐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라이엇 게임즈의 원탑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새로운 프로젝트였다. 새로운 스킨(캐릭터의 외형을 돈을 주고 살 수가 있다.)을 업데이트하고 스킨의 세계관을 홍보하는 것이 핵심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LOL의 브랜딩 가능성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 11월 유튜브에 공개된 K/DA의 데뷔곡 '팝스타(POP/STARS)'의 뮤직비디오는 공개 24시간만에 조회수 616만뷰를 돌파했으며, 2019년 5월 현재 조회수는 2.2억뷰를 넘어섰다. 이 친구들이 도대체 뭐길래, 역대 아이돌 그룹 데뷔곡 기록을 단숨에 뛰어넘었던 걸까?
*역대 아이돌 그룹 데뷔곡 기록
2018년 11월 아이돌그룹 데뷔곡 중 유튜브 1위(24시간 기준)는 455만뷰를 기록한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 2위인 스트레이키즈 '디스트릭트9'은 427만뷰, 3위인 워너원의 '에너제틱'은 403만뷰를 기록했다. 7일 오전 11월 3일의 K/DA의 '팝스타'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1900만뷰, 아이즈원의 '라비앙로즈'는 1560만을 기록 중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내 캐릭터의 새로운 스킨을 만드는 것을 넘어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모양새다. 게임 캐릭터로 아이돌을 만든다는 그야말로 '이례적인' 시도 였다. 그래서 인기 챔피언인 아리, 이블린, 카이사, 아칼리라는 캐릭터를 4인조 케이팝 아이돌 그룹 멤버로 변신시켜 출범하게 했다. K/DA 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가상 걸그룹 컨셉이니 실제 가수가 나와 춤을 보여주고 노래를 부르지는 않더라도 캐릭터 뒤의 목소리는 있어야 할 터이다. 아리, 아칼리,이블린, 카이사의 목소리는 각각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 소연, 미국 가수 '매디슨 비어(Madison Beer)', '자이라 번스(Jaira Burns)'이 맡았다.
작년 11월 3일,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개막식 무대에서 신곡 ‘POP/STARS’가 AR(증강현실), 그리고 이들의 노래를 녹음했던 한-미 연합 가수 4명의 합동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고 공연 직후에는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공개됐다.
이날 개막식 무대에서는 AR(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현장에 마련된 화면에 캐릭터가 등장해 인간 가수들과 일종의 '합동 공연'을 펼쳤었다. 아래 영상을 통해 더 실감하게 확인해보길!
가상캐릭터를 통해 AR(증강현실) 콘서트를 진행했던 사례는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되어왔다.
1. 하츠네 미쿠
일본에서는 AR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 캐릭터의 콘서트 수익이 일반 가수의 공연 수익을 압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주자를 제외하고는 홀로그램 기반으로 구성된 영상물 뿐이지만 2012년 콘서트에는 1만명에 이르는 관객이 콘서트를 찾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하츠네 미쿠다.
하츠네 미쿠는 일본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2007년에 발표한 가상 가수 캐릭터다. 야마하의 보컬 음성합성 소프트웨어 보컬로이드2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우리나라 최초 사이버가수 아담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애초에 하츠네 미쿠는 실제 사람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일본 서브컬쳐에 한 획을 그은 하츠네 미쿠 콘서트는 3D 홀로그래피 방식의 증강현실을 이용한 캐릭터가 콘텐츠의 전반을 꾸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의 발달, 지속적인 투자유치로 퀄리티는 더 올라가는데, 이러니 관객들도 더 좋아할 수 밖에.
2. 고릴라즈(Gorillaz)
고릴라즈는 영국 밴드 블러의 보컬리스트이자 리더 데이먼 알반과 만화가 제이미 휼렛이 함께 만든 밴드다. 이웃이던 둘이 함께 MTV 음악방송을 보다가 장난처럼 “카툰 밴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던진 말에서 비롯됐다. 휼렛은 밴드 구성원의 캐릭터를 만들고 알반은 음악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2D·머독·러셀·누들로 이뤄진 혼성 4인조 밴드 고릴라즈는 2001년 데뷔 음반 '고릴라즈'를 발표한다.
미국, 일본 등등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는 고릴라즈 멤버들의 스토리를 보면 아이돌의 세계관을 납득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인간이 아니라 가상 캐릭터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큰 성공을 거둔 고릴라즈는, 캐릭터들을 단순히 "가공의 밴드"로서 마케팅하여 내세운 것이 아니었다. 원작자의 음악적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작업물과 수많은 콜라보(스눕 독도 참여했다고!) 를 통해 "독창적인 음악성"을 내세웠기 때문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황무지로의 개척을 성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그동안 사이버 가수에의 시도는 몇 차례 있어왔지만 게임 속 캐릭터로 프로젝트성 걸그룹을 결성하고, 실제 가수들이 이들의 노래를 K-pop스럽게 컨셉화하여 AR기반의 공연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다. 음악과 뮤직비디오의 완성도도 세계 각지에서 호평을 받았다.
K-pop이 방탄소년단을 기점으로 그야말로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시안 서브컬쳐'라는 위치에서 도약을 시작했다. K/DA는 세계 게이머들에게 K-pop의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단순히 신스킨을 위한 일회성 프로젝트를 넘어선 K-pop 뉴미디어 콘텐츠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길 바란다.
출처
https://www.bbc.com/korean/news-46176102
https://www.billboard.com/video/bbnews111418tetrismadison-beer-8485004
https://www.huffingtonpost.kr/2017/08/22/story_n_178055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