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떡소떡 파닭파닭
이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반복 은율을 가진 단어는 꼬치에 끼워진 재료들의 앞글자만 따서 부른 이름이다.
글자들 역시 꼬치에 끼워진 듯 받침이 있다가 없다가 있다가 없다가 반복된다. 고유명사가 된 꼬치는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주로 휴게소나 길거리 음식에서 볼 수 있다.
소떡소떡은 소시지와 떡볶이떡이나 가래떡이 나란히 줄을 맞추어 꼬치에 끼워 구워진 후 맵고 달콤한 고추장 소스를 바른다. 누구나 좋아하는 짧고 통통한 비엔나소시지는 만국 공통의 맛이며 핑거푸드가 가능한 한입사이즈다. 집에서 고추장 소스를 만들 때에는 고추장, 간장, 물엿, 미림, 케첩으로 소스를 만든다. 매운맛을 추가할 때는 칠리소스를 추가하고 땅콩가루는 취향껏 뿌린다.
가래떡은 김이 모락모락 날 때 꺼내서 집으면 손가락에 척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니 붙어있는 채로 다 먹게 된다. 가래떡과 조청의 만남은 한국 특유의 하얀 간소함과 조청이 엿처럼 쭉 늘어지는 깊고 달콤한 맛은 정성이 느껴지는 궁합이다. 게다가 가래떡은 구워 먹으면 바삭 말랑한 식감으로 구워진 새로운 맛이 된다.
하얗고 뽀얀 쌀로 만든 가래떡에 서양에서 온 소시지와 줄을 맞춰 서있는 걸 보면, 비행기를 타고 이나라 저 나라를 다니는 건 사람뿐만 아니라 음식재료들도 서로 합을 맞춰보기도 한다. 사이좋게 나란히 줄 맞춰 있으면 우리나라에 온 환영의 인사로 고추장소스를 골고루 발라 소떡소떡은 한국의 맛이라는 것도 잊지 않게 매운맛을 보여준다. 친하게 지내야 서로 잘 살 수 있는 동서양의 동맹으로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소떡소떡 맹세하자 먼저 꼬치를 내밀어 본다.
파닭파닭은 닭이 푸드덕푸드덕 날갯짓을 하다가 파밭에 빠졌는데. 농부가 모르고 간장을 부어버려 애라 모르겠다 하며 불에 앞뒤로 구운 음식이다. 물론 금방 만든 나의 해석이다. 파는 육류를 구제해 주는 효자야채이다. 어른의 맛은 매운맛이 아닌 파맛이 아닐까. 어른이 되면 파의 진심을 알게 된다.
육류의 느끼함과 잡내를 잡아주는 파의 효과는 파맛에 있다. 육류도 이기는 파맛은 입안에 오랫동안 남아 고기를 먹은 건지 파만 먹은 건지 잠시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계산할 땐 고깃값으로 계산되고 정작 입안에 남은 건 파 한 단의 가격이 떠오른다. 삼겹살과 파채. 치킨과 파채의 궁합은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어 입안의 파맛 여운을 감내하고도 또다시 먹게 된다.
한국인에겐 마늘냄새가 난다고들 하지만 그 옆엔 언제나 파가 있다는 걸 한국에 오면 눈치챌 것이다. 웬만한 뚝배기의 국그릇 위에는 파 고명의 데코레이션이 국물을 뒤덮을 만큼 수북하다. 그것도 모자라 더 먹으라고 리필용 파용기가 테이블에 놓여 있으니 한국인의 뜨끈한 국물 위에는 수북한 파욕심은 거부할 수 없다. 떡볶이에도 큼직한 파가 떡에 붙어 같이 떠내어지니, 이 음식은 한국에서 온걸 금세 눈치챈다.
파의 흰 부분과 닭다리 순살을 하나씩 키워주고 간장, 데리야끼소스를 발라 앞뒤로 구워준다. 닭 익는 속도에 맞추느라 파가 타기도 하지만. 외국음식엔 토마토, 가지, 아스파라거스, 버섯, 파프리카도 까맣게 되도록 직화불에 구워 먹기도 한다. 굳이 야채를 왜 태워서 먹냐며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구웠을 때의 야채맛은 또 달라지니. 파를 노릇노릇하다 못해 살짝 태워도 더 풍미 있어 보이는 비주얼은 먹음직스럽다.
닭꼬치로 북적대는 인사동 거리에 가면 소스가 옷에 묻지 않게 엉덩이를 빼고 먹는 자세들을 보면 닭향기 따라 먹고 싶어 진다. 입으로 쭉 끌어다가 먹던지. 손으로 밀어 먹던지 해야 하지만. 먹다가 나무꼬치를 자르라고 원예용 가위가 친절하게 고무줄에 매달려 있다. 먹다가 윗부분을 자르고 빼먹는데, 안 그러면 옆으로 베어 먹다가 땅에 떨어지는 아까운 닭덩어리 앞에서 황당함을 감수해야 한다.
파닭파닭의 풍미는 닭의 쫄깃함과 파의 즙이 입안에 가득하며 파를 씹는 소리에 있다.
이쑤시개에는 꼬치산적을 끼우고 조금 더 자란 꼬치는 소떡소떡을 끼운다. 가장 많이 자란 꼬치는 어묵꼬치가 된다. 유난히 꼬치음식들은 간식의 최강자에 올라있다 아무래도 손에 들고 쉽게 먹을 수 있어서일 거다. 한 개만 먹기에는 아쉬움 마음을 담아 파닭파닭을 집에서 해 먹으면 마음껏 여러 개 먹을 수 있다. 캠핑요리 중 하나이기도 하니 숯불 위에 연기 나게 구워 먹는다. 그럼 아이들은 파를 안 먹으려 하니 닭은 자기들 입속으로 한입, 파는 내입 속으로 한입씩 나누어 먹는다. 토마토나 새송이버섯 파인애플등도 끼워 보지만 역시 닭의 영원한 맛짝꿍은 대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