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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 Sep 07. 2024

까치부부

자연채집

산책 중 까치를 관찰했다. 

이제 막 둥지를 짓기 시작했는지 몇 개의 나뭇가지가 두 갈래로 뻗은 나무줄기 사이에 쌓여있었다. 

잘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옮겨 고개를 들고 무얼 하나 봤다. 


나뭇가지를 정돈하는 중에 하나가 떨어졌다. 까치가 내려오더니 다시 주워 올라간다. 

한 번에 가는 게 아니라 이나무 가지에서 한번, 다시 옆 나무로 폴짝 옮겨가더니 세 번만에 둥지에 올라간다. 

한 까치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둥지의 기초를 다지고 있고, 한 까치는 나뭇가지를 가져다 날라주고 있다. 

둥지를 만드는 까치의 꼬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보니 엄마까치, 나뭇가지를 날라주건 아빠까치 같았다. 


아빠까치는 낮은 나무로 가더니 입으로 나뭇가지를 꺾어 물었다. 

바로 둥지로 가지 않고 옆나무로 폴짝 올라간다. 

"에구구" 입에 물고 있던 나뭇가지가 땅에 떨어졌다. 다른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가다가 또 떨어뜨린다.    

  

"저거 저거 일하는 손이 영 둔한 까치구먼. 자꾸 떨어뜨리네. "


나뭇가지는 대부분 일정한 길이에 두세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들이었다. 그래야 틈틈이 서로 엉켜가며 단단하게 메꾸어지는 역할을 하겠구나 싶어 새들의 영리함이 놀라웠다. 

이제 바닥공사를 하는지 많지 않은 나뭇가지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듯했다. 나무아래에서는 엄마까치의 꼬리가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것만 보인다.  엄마까치를 구경하는 사이에 아빠까치의 행방을 놓쳤다. 주변을 둘러보니 까치는 다른 곳으로 멀리 날아간다. 


난 아빠까치가 다시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둥지로 올 것이기 때문에 느긋이 앉아 기다렸다. 겨울숲은 나뭇잎이 모두 사라졌기에 온전히 나무가 가진 원래의 모습과 새들을 유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계절이다. 

주변에 다른 새들의 소리도 들리고 까치도 몇 마리를 구경하는 사이, 한참을 기다려도 아빠까치가 오지 않는다.  어디서 또 나뭇가지를 떨어뜨리느라, 한눈파느라 멀리간건지.

두어 번 떨어뜨리는 아빠까치를 보니 일 못하는 까치라는 편견까지 생겼다.   

   

엄마까치도 나처럼 아빠까치가 언제 오나 기다리는 듯해 내가 더 애가 탔다. 

아빠까치가 오는 것만 보고 내 가던 길을 가야겠다 싶어 다시 여기저기 둘러보며 까치를 찾았다. 

이 까치인지, 저까지인지. 고개를 돌려가며 찾던 중 까치 하나가 아까처럼 나무 하나에 폴짝 다른 나무에 폴짝 올라 둥지로 가까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입에는 나뭇가지가 없다.      


"저거 저거 오다가 또 떨어뜨린 거야? 아니면 놀다가 온 거야? 

오는 길에 나뭇가지라도 하나 들고 와야지. 엄마까치가 저리도 분주한데. 

언제 다 지으려고 쯧쯧.

까치야. 나뭇가지를 못 구한 거니? 저 둥지를 언제 지으려고 게으름을 피우니?"    


까치가 다시 둥지로 가니 두 마리가 나란히 둥지에 발을 디디고 있다. 그래도 둘이 나란히 있는 까치를 보니 나와 남편의 모습 같았다.      


남편에게 콩나물, 우유, 두부 사다 줘하고 심부름을 시키면 기막히게 하나를 빼먹고 온다. 그럴 때면 남편은 다시 갔다 온다며 나가는데 성질이 날 때는 됐다고 한다. 

이제 몇 번 경험하고는 요령이 생겼다. 말로 하던 것을 다시 문자로 남겨준다. 그럼 남편은 문자를 보고 살 것들을 체크하고부터는 안 빼먹고 사 온다. 살 것을 한 문장에 담아야지, 듬성듬성 말하면 기어코 또 하나가 빠져온다. 그래서 마지막 문자에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면 잊지 마 문장에 담긴 것은 모두 사 온다.     

 

"나뭇가지를 자꾸 떨어뜨리는 아빠까치도 저 둥지를 다 짖는 동안 엄마까치에게 잔소리 꾀나 듣겠는걸."

 

아마 둥지의 나뭇가지가 하나씩 늘어가고 풍성해지면 아빠까치의 일하는 솜씨도 늘어있을 것이다. 농땡이도 안 하고 게으름도 없고 나뭇가지도 입에 단단히 물고 휘리릭 한 번에 날아서 둥지에 올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까치부부를 보니 나의 신혼이 생각났다. 저 둥지가 완성되면 알을 낳고 아기새가 태어나겠지. 둥지를 지으며 서로 협력하는 까치 부부를 보니 앞으로도 육아의 앞날이 까마득하지만, 두 생명이 협력하며 하나의 둥지를 짓고 새끼를 돌보는 부모까치로 성장할 것이다. 

동물도 사람도 생명이 깃든 것들은 서로 닮아있다. 


까치부부의 둥지관찰을 뒤로하고 나도 오늘 애들 먹일 것들을 장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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