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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디 Aug 17. 2019

여름의 장점


 봄이 소생하는 때라면 여름은 뭐랄까, 잎도 빛도 생물도 무성하여지는 때, 무럭무럭 자란 것들이 뜨겁게 비벼지고 부딪혀 요란한 때라고 말하고 싶다. 덥다 덥다 더워서 죽겠다 하면서도 함께 모여 열기를 확인하는 때. 다만 계절에게 한 걸음 떨어져 그것을 관람하는 일을 나는 아침이라 부른다.


 갈증. 덥고 열망이라는 점에서 여름과 닮았다. 나는 어떤 사람을 갈증이라 부른다. 갈증은 내게 계절처럼 어기는 법 없이 찾아오는 분이고 그럴 때마다 늘 뜨겁고 부족한 존재다. 하지만 갈증은 갈증 그 자체라서 충분해지는 것이 그분에게는 성립되지 않는다. 갈 할 때 나는 목구멍으로부터의 거친 소리는 마름을 대표한 소리로 길면 길수록 가물고 짧으면 짧을수록 갈라지는 소리다. 쯩 할 때 나는 쌍지읒 소리는 푹 익은 마음을 반영한다. 마르게 익은 마음이라 갈증인가 봐. 그런 면에서 그 소리가 꽉 차고 물기 넘치는 여-름과는 많이 다르다.


  여름엔 이것도 저것도 충분해져서 그만, 그만 하는 때. 엄마 잔소리는 햇볕만큼 내리쬐어 콘크리트 같은 내 맘을 친다. 그러면 껌고 딴딴한 그곳에서 튕겨 나오는 열기가 바로 무기력을 생성하는 연료로 되는 것이다. 아! 여름은 그만, 그만 하는 것. 여름은 엄마인 것이다.


 여름의 장점은 소생과 갈증과 무기력에 관해 적을 때 시원한 맥주의 동반이 여느 때보다 명쾌하다는 것. 그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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