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그리고 영원히
가수 이소라 씨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읽고 난 후 무대에 대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Q. 이소라 씨는 무대에서 유독 온 힘을 다해 노래를 하시는 것처럼 보여요. 매번 그렇게 집중하시면 체력이 많이 소진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A. 최선을 다 할 뿐이에요. 무대에서 노래할 때 최선을 다 하지 못한 날엔 내가 아무것도 아닌 기분이 들어요.
인터뷰를 읽은 바로 다음 주에 공연이 잡혀있었다. 작곡을 겸하는 가수는 대부분 본인이 낸 앨범의 수록곡을 반복해서 부르는지라 새 앨범을 내기 전까지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어렵다. 그런 핑계로 다소 반복적 루틴만으로 무대를 준비하던 차였다. 그런데 그날은. 왜인지 그냥 노래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 최선을 다 하려면? 무대에서 내가 아무것도 아니지 않으려면 어떤 정성으로 노래해야 할까, 고민하고 고민했다.
우선은 무대에 올라 이소라 씨의 인터뷰에 관해 말했다. 무대공포증이 있는 저는 무대에서 편안하게 노래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덜 긴장하기 위해 가장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는 그녀의 음악과 다르니까 다르게 표현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습니다. 평소 뮤지션들의 격언에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했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오늘 무대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불러보려 합니다. 오늘만큼은 저의 신체상태가 아닌 음악의 말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제 마음이 여러분께 닿았다면, 떨림 속에 있는 가사를 들어주세요. 우리 같이 좋은 시간 만들어봐요.
그날 이후로 공연을 준비하는 자세가 퍽 달라졌다. 음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고, 가사는 또박또박 들리도록 해보고, 연습생 시절(자체)처럼 꼬박꼬박 녹음도 해보며 연습했다. 그렇게 두어 달 지나니 무대가 나아지는 게 나부터 느껴졌다. 한 명, 두 명 음악을 들으러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인터넷 쪽지로 응원을 해주시는 분도, 나는 당신의 그 곡을 이렇게 받아들인다며 색다른 소감을 전하는 관객분도 있었다.
나는 내 음악이 힙하거나, 가슴을 울게 한다거나, 감동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나의 말이자 듣는 이의 것이고 전자의 음악은 아닐지라도 고유한 음악이며 언제까지고 들려드릴 각오가 되어있는, 최선을 다 한 음악이다.
아픈 일을 겪어도, 서운한 말을 들어도, 몸이 고되어도, 나이가 많이 먹어도 음악과 무대는 계속될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요일 공연 와 보실래요? 6:30 클럽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