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프다] 쓸쓸하고 외로워 슬프다. 섭섭하고 언짢다.
여러분은 서글플 때 무얼 하시나요? 음악을 들으시나요? 긴 산책을 하시나요? 맛있는 음식을 드시나요?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시나요? 아니면… 웅크리고 눈물을 흘리시나요?(그것도 이해합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 거 같아요.) 어제 피아니스트 정다슬님의 슈베르트 피아노 소품 연주를 들으면서 '슈베르트는 서글플 때 작곡을 했나 봐. 이토록 아름다운 선율의 연속에도 아린 서글픔이 느껴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무얼 하냐고요? 그래서 소개합니다. 무지막지하게 매력 있는 모바일 게임 ‘로열 매치’.
광고 절대 없음
당연히 무료 다운로드
죽이는 생물 없음
정신에 무해함
효과음 희열 있는 편
보상이 가지가지함
★귀여움
너무 좋아해서 뭐든지 다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게임을 좋아했어요. 슈렉 같이 생긴 캐릭터가 용 타고 날아다니는 게임을 제일 좋아했지만, 이따금 모바일 게임도 다양하게 즐기는 사람이었죠. 반대로 저는 옛날옛적 스머프에 흠뻑 매료되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스머프 마을을 지어주고 노동도 시키고 그런 게임 밖에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그를 이해하고 싶어서, 함께 무언가 즐기고 싶어서 여러 가지 모바일 게임 중 제 취향에 맞는 걸 찾아봤죠. 그러다 완벽한 게임을 찾았어요. ‘로열 매치’
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왕을 위해 초호화 시설을 마구 지어줘야 한다는 건데, 세상에 있는 왕도 아닌데 뭐 그냥 너 다 해라, 하고 해 주는 거죠. 일단, 기본 베이스는 같은 색깔 블록을 3개 이상 맞추면 사라지는 그런 단순한 게임이지만 각종 보상이 엄청나요. 그림은 또 얼마나 동글동글하고 귀여운지. 어쩔 땐 게임 안에 있는 왕이나 강아지 얼굴 한 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예요. 아무튼, 레벨 100 정도 지났을까? 우린 헤어졌어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지금 제 레벨이 정확히 1,851이라는 거예요. 좀 대단하죠?(우리 길드에 레벨 3,000 넘는 사람도 있음) 이제는 게임 난이도가 너무 높아져서 안경 똑바로 끼고 아빠다리 안 하면 한 판을 이틀 동안 못 깰 때도 있어요.
게임을 하면 태평한 베짱이가 된 기분이 들어요. 조용한 방에서 팡팡 띠리링 짜라란 하는 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쓸쓸하고 외롭고 슬프고 때로는 서운하고 언짢을 때.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눈물이 날 때도 있죠, 퍽퍽 차이는 이불이 불쌍할 때도 있죠, 가슴이 조여올 때도, 모든 게 불안할 때도. 있죠. 그럴 때 로열 매치 한 번 해보실래요? 잘 풀리면 아이폰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는 시간을 삭제할 수 있어요.(아이폰 : 야, 너 쫌. 너만 쉬냐. 열받은 거 보이냐)(그래도 아이폰은 인성이 좋아 기본 10시간 정도는 봐줌)
오늘은 서글픈 날은 아니에요. 좋아하는 음악가들과 모여서 연주도 하고 관객분들께 기운도 받아가는 기쁜 날이죠. 그런데도 저는 로열 매치 두 시간 반 정도 때리고 이 글을 씁니다. 그럼, 나 서글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