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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디 Sep 17. 2023

시간 속에서 빛나는 너

별 - 이소라

별 - 이소라


먼 하늘 별빛처럼 고요히

시간 속에서 빛나는 너

오늘도 말 한마디 못한 채

안녕 혼자서 되뇌인다.


나 아무리 원해도

넌 도무지 닿을 수 없어

갈수록 멀어지는

알 수 없는 나의 별


움켜쥔 틈 사이로 흐르는

너는 모래처럼 스르르

바슬거리는 이 마음은

마른 잎 되어 구른다


나 이렇게 너를 원해도

너에게 닿을 수 없어

갈수록 멀어지는

알 수 없는 나의 별


오늘도 말 한마디 못한 채

네 옆에 떠 있는 날 기억해

가늘게 솟아오른 눈썹달

이렇게 여윈 나를 기억해



2004년에 발매된 이소라 앨범 <눈썹달>의 다섯 번째 트랙 <별>의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 하늘 별빛처럼 고요히

시간 속에서 빛나는 너

오늘도 말 한마디 못한 채

안녕 혼자서 되뇌인다


별처럼 멀고 아무 말 없는 그대는 시간 속에서 빛난다. 아마도 기억하면 할수록 선명해지는 자취를 표현한 게 아닐까? 여기서 시간은 기억을 뜻하는 게 아닐까? 

오늘도 그는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한다. 아마도 매일 되뇌는 걸까.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의 '오늘도'가 된 것일까.


나 아무리 원해도

넌 도무지 닿을 수 없어

갈수록 멀어지는

알 수 없는 나의 별


혼자 되뇐 이유는 아무리 원해도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멀어진다는 것은 '시간 속에서 빛나는 너'라는 전자의 표현과 대조해 볼 때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 게 아닌, 내가 다가갈수록 상대는 멀어진다는 표현으로 보인다. 그댈 향해 다가갈수록 그대는 멀어진다. 왜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대는 여전히 '나의 별'이다.


움켜쥔 틈 사이로 흐르는

너는 모래처럼 스르르

바슬거리는 이 마음은

마른 잎 되어 구른다


그대는 애초에 움켜쥘 수 없었다. 모래처럼 스르르 흘러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살살 쥐어도 세게 쥐어도 모래는 흘러버리기 마련이다. 그것은 모래가 너무나 작기 때문일까? 그대의 마음은 너무 작기 때문이었을까? 

모래를 움켜쥐었을때 손에 느껴지는 감촉을 떠올려보자. 스르르 빠져나간 후 손에 남은 바슬거리는 촉감도. 바슬거리는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낙엽처럼 마른 잎이 있을 수 있겠다. 그것은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구른다. 모래처럼 스르르 사라져 버린 그대로 인해 내 몸은 바슬거리고 작은 바람에도 구르도록 얇아진다.


나 이렇게 너를 원해도

너에게 닿을 수 없어

갈수록 멀어지는

알 수 없는 나의 별


‘아무리’가 ‘이렇게’로 변하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와 ‘이렇게 애를 쓰는데’는 청자의 확장으로 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는 그대에게 ‘내가 이렇게 너를 원한다’고 외쳐보는 것일까?


오늘도 말 한마디 못한 채

네 옆에 떠 있는 날 기억해

가늘게 솟아오른 눈썹달

이렇게 여윈 나를 기억해


아니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하였다. 다만, 나는 그대 곁에 있음을 기억해 주기를. 가늘고 여위도록 간절하게 그대 옆에 떠 있는 나를 기억해 주기를 그는 노래한다. '시간 속에서 빛나는 사람'이 너무나 그리워 마른 잎처럼 얇아지면서도 그는 '나의 별' 곁을 맴돈다.




https://youtu.be/RAIt9_9ILok?si=EXzobsKZzlnO4pQS


ps. '갈수록 멀어지는' 부분에 등장하는 그의 코러스 멜로디에 주의를 기울여 들어봐 주시기를. 그 선율이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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