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딩턴>을 좋아한다. 1편, 2편 모두 여러 번 봤고, 패딩턴 책도 소장하고 있다. 지난 여름 영국 여행에 갔을 때도 일부러 패딩턴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패딩턴은 런던 동네 중 하나로 지하철역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 <패딩턴>은 아이가 어렸을 때 함께 보다가 나도 팬이 되었다. 패딩턴을 떠올리면 아이 어렸을 적 추억이 함께 떠오른다. 햇빛이 잘 드는 거실 바닥에 엎드려 패딩턴 팝업북을 펼쳐놓고 요리조리 살펴보며 한참을 떠들던 일. 그때부터 우리는 런던에 가고 싶어했다.
패딩턴 3편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다. 아이랑 얼른 같이 가서 보고 싶었는데 아이가 오케이 할까 싶었다. 아이는 이제 6학년이다. 요즘은 내가 뭐 같이 보자고 하면 거절할 때가 많다. 혹시 패딩턴 보는 걸 유치하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슬쩍 물어보았더니 아이는 반색하며 가고 싶다고 했다.
브라운 가족의 엄마 역할이 바뀐 점은 아쉽긴 했지만, 나머지 출연진은 그대로여서 다행이었다. 소중한 것들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더플코트에 빨간색 챙 모자, 여전히 마멀레이드를 좋아하는 패딩턴. 패딩턴을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 영화는 패딩턴의 고향인 페루에 가는 이야기다. 페루의 요양원에 있는 숙모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패딩턴과 그의 가족은 페루로 떠난다. 숙모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결국 이 이야기는 패딩턴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유독 미세스 브라운(엄마)의 마음에 많이 공감했다.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서 바쁘다 보니 가족이 함께 할 시간은 점점 사라진다. 가족이 모두 함께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날들을 그리워 하는 엄마. 같은 집에 있지만 각자 방에서 자기 시간을 보내는 일상이 엄마는 허전하고 쓸쓸하다. 엄마는 결국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고 싶어 다같이 페루로 떠나자고 한다.
페루에서 사고가 나 기내에서 가족이 한바탕 뒹굴다가 우연히 한 의자에 모두 앉게 된다.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지만 엄마는 웃으면서 말한다.
"가족이 오랜만에 한 소파에 앉게 되니 좋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은 얼마나 소중하고, 그것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는 걸 영화 속에서 다시 느꼈다. 가족이 삶의 중심이 되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고 싶다.
패딩턴의 눈빛 교육도 좋았다. 예의와 친절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패딩턴은 눈빛 광선을 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그 눈빛을 받고 잘못을 뉘우치며 자신에게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선하고 순수한 마음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와 같은 장면을 보며 깔깔대며 웃고, 감탄하고, 감동 받을 수 있어 행복했다. 오랜만에 아이와 한 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우리에게 추억이 깃든 영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춘기 아들이 그 영화를 기억하고 기꺼이 함께 보러 가 준 것, 그게 참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