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에서 김혼비 작가님의 <‘한 번쯤, 쓰는 연습’>이라는 에세이 수업을 들었다. 에세이는 다 읽으면 중고서점에 팔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혼비님 책은 책장에 꼭 꽂아두게 된다.
첫 시간에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좋아하는 에세이’에 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수업에 오기 전 400번 버스에서 읽었던 정혜윤의 <책을 덮고 삶을 열다>를 말했다. 오늘 처음 만난, 얼굴을 잠깐 마주치는 것도 민망해 곧 시선을 돌리게 되는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쓰고자 하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마음을 뜨끈하게 데워주었다. 작가님은 쓰는 사람의 시선으로 살아갈 때 일상이 얼마나 재밌어지는지에 대해 말해주시며, ‘오늘의 발견’을 수집해보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수업 말미에는 15분간 ‘나를 가장 웃게 하는 단어’ 또는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단어’ 라는 주제로 글쓰는 시간을 가졌다. 테이블 위에 놓인 A4 갱지를 잠깐 바라보다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 나는 얼른 연필을 쥐고 무작정 글을 써내려갔다. 매번 쓰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던 소재, 시어머니에 관한 글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글을 써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서인지 검열 없이 나의 속마음이 그대로 쏟아져버린 글이었다.
글을 제출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했지만 작가님의 피드백을 받고 싶어 글을 건넸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어머니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쓴 것이 마음에 걸려 괜히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챗gpt에게 내 글을 보여주며 너무 예의없게 쓴 글은 아닌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다음 시간 작가님이 첨삭해주신 글을 받았다. 보라색 색연필로 몇몇 문장에 밑줄을 그어주시고 응원과 조언이 담긴 댓글을 써주셨다. 내 글을 투명하고 다정한 눈으로 읽어주신 게 느껴졌다. 그제야 오래 붙잡고 있던 불편한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앞으로 내 마음을 꾸밈없이 써가는 일에 크게 겁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수업들에서 나는 '오늘의 발견'을 적어갔다. 강남역 꽃집에서 본 '눈부신 오늘 하루!' 꽃다발, 카페 거울 앞에서 어김없이 셀카를 찍는 커플들, 엄마의 쌀알만 한 새끼 발톱이 내 발에서도 점점 닮아가는 일.
마지막 시간에는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 연계 강의에서 '친밀한 억압자'라는 말을 듣고, 나와 아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 하루를 담담히 썼다. 그런데 낭독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버렸다. 마흔셋에 여러 사람 앞에서 울어버린 게 창피했지만 후련했다. 이 후련함과 개운함 때문에 나는 계속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