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도 요가는 계속된다

<The Tibetan Yogas of Dream and Sleep>

by 해인

죽기 전 단 한 권의 책을 남겨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의 지혜>


바라건대, 나의 장례식에는 저 책에 있는 문구가 낭송되거나 결혼식장 벽면에 걸린 신랑신부의 아름다운 사진들처럼 곱게 장식되기를. 죽기 전 머리맡에 두고 어떤 문구를 남기고 갈까 책장을 넘기면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왜 굳이 티베트냐고 물으면 글쎄, 그들의 눈동자에 빠졌다고나 할까. 세상 어디서도 보지 못할 맑고 순수한 눈동자에 쏙 빠져 티베트에 관한 책들은 죄다 뒤져 읽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첫 해외여행지도 티베트로 당첨. 라사로 입국해 크루즈를 타고 길도 아닌 길을 횡단해 가까이서 에베레스트를 보고 카트만두로 나온 장장 3주간의 일정은 어쩌면 내 인생을 바꾼 전환점 같은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 후로 열성적인 종교인은 아니어도 꾸준히 요가와 티베트 불교 관련 서적을 읽어오고 있다. 이십 년이 훌쩍 넘은 시간인데, 그동안 ‘드림 요가’가 있다는 사실은 최근 이 책을 보고 알았다.


<The Tibetan Yogas of Dream and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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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왜인지는 뚜렷이 답변할 수 없으나 ‘드림 다이어리’를 적어온 지 십 년 정도 되었다. 때로 너무 영화 같고, 때로 너무 심오하며, 때로 너무 난해한 꿈들을 그저 꿈처럼 흘려보내기 아까웠다고나 할까. 나중에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라도 기록을 해놓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망각되니까. 꿈이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그 속에 나오는 인물과 스토리라인, 사건과 반응 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했다. 프로이트는 기승전리비도이고, 융은 무의식의 그림자, 아 근데 그게 너무 복잡하더란 얘기다. 누군가의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사람의 전 인생을 알아야 하고, 그건 일반적인 ‘꿈해몽’처럼 일반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각기 다른 드라마를 해석하기 위해 심증이 가지 않는 의혹으로 알쏭달쏭, 뒤숭숭한 적도 꽤나 많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나의 의혹들이 많이 누그러졌다.


먼저 꿈의 기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건 그동안의 심리학적 분석과 크게 다르진 않다.


The dream is a projection of our own mind.


하지만 오랜 시간 티베트에서 수행되어 온 ‘드림 요가’ 가르침의 핵심은 그 ‘마음’을 잘 돌보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우리의 꿈과 다르지 않고, 우리의 꿈이 우리의 죽음과 다르지 않다는 말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의 지혜>라는 두꺼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와 같다. ‘어떻게 사느냐는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다름 아니다.’ 드림 요가 책을 보고 오래된 티베트의 지혜 책을 떠올린 이유다.


사는 게 그렇게 단순하다면, 꿈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뭐 그리 어려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지만 놀라운 건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를 너무나 설득력 있게, 너무나 아름답게 가르침을 준다는 데 있다. 끊임없이 분별하는 마음(The Conceptual Mind)으로부터 무지(Ignorance)가 발생한다. 무지는 의식(Consciousness)이 흐려진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수시로 올라오는 집착과 혐오감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매 순간 감사하며 그 순간에 머물 수 있다는 가르침. 마음의 강고함을 내려놓고, 감사하고 기뻐할 때, 몸과 마음을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삶과 수련을 통합할 때, 우리는 비로소 꿈에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꿈을 꿀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꿈을 꾸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내 삶이 생각에 의해 통제되지 않듯이 꿈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는 말이다.


1998년에 처음 출간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는 책이다. 최근 아마존에서 표지를 새롭게 바꿔 개정판을 내놓기도 했다. 놀라운 건 오디오북도 있다는 사실. 지은이 텐진 왕갈 린포체(Tenzin Wangyal Rinpoche)는 아직 살아있는 스승이다. 지속적으로 강연도 하고,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아쉽게도 국내 번역서로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한 번 읽고 말기에는 좋은 가르침이 많아 조금씩 다시 찾아 읽는다. 이참에 매일 조금씩이나마 번역을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든다. 번역은 아주 깊이 있을 수 있는 독서법이기도 하니까.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에게 내밀기 위해서라도. 읽을 건 너무 많고, 이미 쌓여있는 책은 너무 많지만 말이다. 어쩌면 마음을 돌보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싶다. 모든 화와 분쟁과 전쟁과 지옥과 아귀다툼이 결국 그 분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을.


How the mind is used determines the kinds of dreams that
arises in sleep as well as the quality of waking life.
As we view experience differently, we change our reaction to it, which change the karmic remnants of actions,
and the root of dreaming changes.
Doing this practice the way one engages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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