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가 날아왔다.

마당 위로 내려앉은 여름

by 풀레터

며칠 전, 오랜만에 집에 손님이 왔다. 마당에 자리를 깔고 시원한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이 깊어질수록 이 벌레 저 벌레가 하나둘 날아들었다. 손으로 쫓아도 보고, 모기향도 켜봤지만, 벌레들의 밤나들이는 그칠 줄을 몰랐다.


아이와 함께 동네 한 바퀴 밤산책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남편 옆으로 앉으려 하는데 남편 다리아래 너무 큰 벌레가 있어 잡으라고 말하려던 찰나 사슴벌레가 아닌가.


어! 이것 봐.

그 아래, 검고 반질반질한 사슴벌레 한 마리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사슴벌레를 손에 올렸다.

남편은 아이들을 불렀고,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우와, 사슴벌레다! 키우자, 키우자!”

작은 생명 하나에 온 집이 술렁거렸다.

일부러 잡으러 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 타이밍에… 싶어 웃음이 나왔다.


작년 늦여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문 앞에 사슴벌레 한 마리가 날아들었고, 금새 죽을 것 같던 사슴벌레는 우리 집 문 앞에 있던 바람에 겨울이 올 때까지 살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남편 다리 아래로 날아들다니, 그것도 마당에서 술 한잔 나누던 바로 그 밤에.

꼭 기다렸다는 듯이.


집 안 어딘가에 있던 큼직한 투명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겨울에 장작불을 때고 남은 참나무 조각도 몇 개 넣었다. 자연 그대로의 집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작년에 날아든 사슴벌레에게 주고 남아있던 사슴벌레 전용 젤리도 놓았다. 사육통 안은 작지만 나름의 숲이 되었다.


아이들은 사슴벌레를 손위에 올려놓고 그 모습을 노칠새라 보고 또 보았다.

집안에서도 오고 가며 들여다보고, 야행성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저녁마다 “잘 자”를 외쳤다.


사실, 지난 겨울이 오기전에도 사슴벌레를 또 키우게 될까 싶어 톱밥을 남겨둘까 망설였었다. 톱밥을 잘 써먹었던 기억도 있고, 없으면 꼭 필요한 순간이 생기기도 해서. 그런데 톱밥 속에 생기는 애벌레가 두려워 결국 치우고 말았다. “올해는 안 올지도 몰라”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그래서일까, 그날 밤의 등장은 더 놀랍고, 반가웠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 덕분에, 우리 집에는 또 하나의 작은 이야기와 계절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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