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이 되어버린 자두

기다림의 시간

by 풀레터

자두가 익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자두밭으로 나갔다.


몇 년 전,

남편이 과수나무를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바람에 땅을 얻고, 나무를 사고, 관수시설까지 설치했다.


“웬만하면 하지 말지?” 나는 말려보려 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하고 싶은 건 도무지 안 하고는 못 배긴다.


추천받은 여러 종류의 과일 중에서 자두를 고른 건, 그나마 본인이 좋아하는 과일이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걸로 시작해야 오래가니까.


유기농으로 키울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약을 치지 않으면 자두 열 개 중 아홉 개는

벌레가 파먹고, 새가 쪼아 먹고, 날씨에도 상하기 일쑤니까.


하지만 바쁜 시기와 겹쳐

나무에 약 치는 타이밍을 계속 놓쳐버렸고,

그게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결국은 원하지 않았던 유기농 자두가 되어버렸다.


껍질을 뚫고 들어간 벌레 자국은

손에 닿기도 전에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래도 그중 멀쩡한 몇 개라도 건지겠다고

이 더운 날, 하나하나 살펴가며 자두를 땄다.


아이들은 나무를 심던 날부터

“아빠 자두는 언제 먹어볼 수 있어?”라며

벌써 5년째 기다리고 있었다.


매년 이맘때쯤 이웃들이 나눠주신

자두를 먹긴 했지만

그건 “아빠가 키운 자두”가 아니므로

아이들에겐 진짜 자두가 아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올해는 드디어

“이건 아빠 자두야.”

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싶었다.


처음 자두나무를 심었을 때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매년 나무는 자랐지만 가지치기를 잘못해서인지

열매는 거의 달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해를 허비하고,

작년엔 겨우 손에 꼽을 정도의 열매만 달렸는데

올해는 제법 그럴싸하게 가지가 휘어질 만큼 열렸다.

그리하여 올해의 자두는,

벌레 먹은 흔적과 함께

우리 집 여름의 기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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