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의별 Jul 01. 2022

멜랑콜리아

지구가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어. 지금 당장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는 하나의 우주니까 내가 사라진다면 우주 속의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거지.

하지만 또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 따위는 머나먼 우주의 한 톨 먼지일 뿐이고,

하나의 죽음 따위는 잠깐 주변에만 번졌다가 곧 아무렇지도 않아질 거야.

세상이 가진 탄성은 너무너무 크니까 정말 그럴 거야.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와 오감과 시공간이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한없이 쪼그라들어.

허하고 덧없고 헛헛해서 가득 채워지고 싶다가도 한없이 귀찮지.

그저 누워있는 채로 정처 없이 흘러가는 시곗바늘의 끝자락을 봐.

이 시간에 박제된 채로 그냥 그렇게 끊임없이 고여있는 거야.

생각만 할 줄 아는 고깃덩어리는 바닥과 살갗이 쩍 달라붙은 채

속으로는 줄기차게 비명을 지르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아.

차게 고이고 담겨서 그저 놓여있을 뿐이지.

뭘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리고.

숨만 쉬어도 내가 느껴져.

허무와 권태.

질문 하나.

왜?


매거진의 이전글 기도-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