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는 느닷없이 찾아온다
겨울 숨 속에
내 모든 말들도 얼어붙어
흙위로 소복이 쌓였다
가난한 마음이
가난한 마음을 만나
서로에게 생채기를 낸다
실안개 같은 하얀 기도는
입술을 휘돌아
하늘로 향했다
눈과 섞여
얼음으로 바작이는
말과 말
소리와 소리들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당신에게
즐거웠다 고하고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
사위는 쏟아지는 눈 속에
고요조차 깊이 잠겨서
금세 외로워졌다
앞서간 이의
발자국을 하염없이
따라가다 보면
곧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얼음 깨지는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
그저 따라가며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기를
언 땅 위의 발걸음은
한숨 나올 만큼 느리고
조심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