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영 Sep 25. 2020

오마이걸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


처음 그들을 접한 건 군대에서였다. 나름 트렌드에 민감하고 즐기려하는 편에 속한다고 자부했던 나조차도 아이돌이라는 문화에 대해서 만큼은 왠지 모를 거리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군대가 의외로 오마이걸을 새롭게 알게 해주었던, 몇 안 되는 이로운 작용을 했던 것 같다.

훈련소를 마치고 처음 전입갔던 날, 여느 부대에서 그렇듯 TV에선 아이돌이 나오는 음악방송이 켜져있었다. 당시 오마이걸이 '컬러링북'이라는 곡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룹이었다. 아직 사회의 때를 덜 벗었던 나는 기껏해야 트와이스, 블랙핑크 같은 대형 소속사의 몇몇 그룹만 알고 있던 터였다.

나의 군생활과 함께 그들 역시도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비밀정원'에서 잠깐 눈에 들어오다가, 결정적으로 '불꽃놀이'에서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무려 병장이 되었을 때였다.

어쩌면 해방감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일병 때의 생일은 유격장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다. 유격훈련이 한창 진행중이었던 3일차 연병장에서의 아침이 나의 생일 풍경이었다. 그때 내년 생일을 꼭 밖에서 보내야 한다고 속으로 결의를 다졌고, 어떻게 하다보니 정말로 병장 때의 생일은 밖에서 보낼 수 있었다. 휴가 복귀하던 날, '불꽃놀이'가 수록된 앨범이 발매되었다. 전부터 이미 관심이 있었는지 아니면 이 곡을 들으면서 관심이 생겼던 건지 전후관계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곡을 기점으로 오마이걸을 애정하게 된 것 만큼은 분명하다. 그날 부대 복귀 이후로 줄곧 오마이걸 노래만 듣게 되었다.


늘상 그렇듯 처음엔 노래가 좋아서 듣다가 결국은 그 가수를 좋아하게 된다. 초등학생 시절 SG워너비가 그랬고, 제이슨 므라즈, 아델 또한 그랬다. 오마이걸 역시 멤버 개개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캐릭터의 서로 다름 보다는 서로 다름 사이에서의 '조화'가 더 눈에 띄었다. 여담으로, 내가 점 찍어둔 당시 비인기 유명인들의 대다수가 언젠가는 꼭 급부상하게 되는 기묘한 경험을 여러차례 해왔는데, 모두 알다시피 오마이걸도 그런 부류 중 하나가 되었다. 그만큼 오마이걸을 볼 때 외적으로만 보여지는 이미지에서 7명을 파악한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협력과 진심된 성품이 눈에 들어왔었던 것이다.

전역 후에도 꾸준히 오마이걸을 좋아하고 모든 노래를 들었다. 앨범도 세 개나 샀다(비밀정원, 불꽃놀이, 번지).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무언가가, 대상이 다시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더군다나 그게 아이돌이라는 문화가 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병장 시절 내가 오마이걸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됐을 때에도 동기들 사이에서는 오마이걸은 여전히 비주류였다. 일례로 내가 음악방송을 틀고싶어 할 때에도 눈치 아닌 눈치를 봐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아주 많이 역전되었다.


사실은 역전보다는 순리라는 표현으로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오마이걸은 엠넷 방송사의 <퀸덤>이라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들의 성장과정과 팀워크, 아이디어, 그리고 잠재된 실력을 직접 보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위 입덕하게 되었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SNS에 오마이걸 클립 영상 몰아보기를 인증하기도 했었다. 멤버 7명 중 4명(효정, 승희, 비니, 유아)이 곡의 하이라이트를 서로 스왑 할 수 있을 정도로 음색도 뚜렷하고 기본기가 탄탄하니 그야말로 준비된 대기만성형 그룹이 때가 되어 꽃을 피워낸 것이다. 이후로 나온 '살짝 설렜어'라는 곡은 오마이걸에게 첫 방송3사 1위를 안겨주었다. 덤으로 중독적인 후크로 타이틀곡 못지 않은 인기를 얻은 수록곡 'Dolphin'도 하나의 인터넷 밈이 되면서 재미난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엉겁 결에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는 군동기 사이에서도 나의 입지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오히려 가끔은 동기들이 나보다 먼저 소식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본격적으로 입덕한 지 꼬박 2년이 다 되었다.


이 글을 쓴 본격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오마이걸의 멤버인 '유아'가 솔로 앨범으로 데뷔를 했기 때문이다. 더욱 결정적인 이유로는 어제 본 '자각몽'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번뜩이는 무언가가 스쳐갔기 때문이다. 사실 오마이걸에 대해서 글을 쓰려던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입덕과정을 써야할 지 가수 자체를 다뤄야할 지도 불분명한 상태라 계속해서 미뤄두고 있었다. 이제는 유아가 솔로 데뷔를 했고 번뜩였던 장면이 있었기에 이제서야 글을 적게 되었다.


이번 솔로 앨범의 타이틀 곡은 '숲의 아이'다. 이 곡과 디즈니 모아나 영상을 합성하여 만든 뮤직비디오가 퍼질 만큼 반응도 좋은데, 내가 번뜩였던 곡은 수록곡인 '자각몽'이다. 노래로만 들었을 때는 그렇게 임팩트가 크지 않았는데, 어제 공식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흑백 비주얼로 진행되는 영상이 기존의 오마이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특히나 내가 감탄이 나왔던 부분은 가사 중 'Rewind'라는 부분이 나올 때 영상도 Rewind 되는 연출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되감는 연출과 이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컷신, 그리고 그 분위기를 한껏 뿜어내는 순간순간의 장면과 춤사위까지. 계속 곱씹다보면 가사의 의미도 또렷하게 들려온다. 또 한편으로는 타이틀곡 '숲의 아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서 충격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온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오마이걸은 정말 많이 사랑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퀸덤을 기점으로 그들을 알게 되었지만, 사실 그들은 평소에도 준비된 상태로 있었고 퀸덤이라는 좋은 기폭제를 만났던 것이다. 오마이걸은 현재 수많은 예능, 유튜브, 음악방송MC, 솔로 앨범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럴때 흔히들 나만 알고 싶었던 작고 소중한 대상이 유명해질 때 느끼는 '홍대병'이 찾아오는데, 나는 오히려 나의 취향이 건강하게 공유되고 오마이걸의 성장에 따라서 나 또한 같이 성장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오히려 좋게 받아들여 진다. 때로는 그들 덕분에 나의 취향, 나의 가치도 존중받는 듯한 느낌도 든다.

정리하자면, 오마이걸 덕분에 내가 눈여겨보지 않았던 아이돌 문화에 대해서 눈 뜰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그들의 진심 어린 노력을 마땅히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던 분야를 나 스스로 깊이 경험하면서 아이돌 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접할 때의 낯섦도 다소 낮은 문턱으로 접근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어쩌면 오마이걸이라는 그룹, 또 7명의 개개인이 가진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경우 그들로 하여금 편견의 시야를 바꾸게 되는 영향을 받은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의 경우 다른 어떤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그들을 좋아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특히 어느 상황에서나 쉽게 곁에 둘 수 있는 음악이라는 매개로 다가오는 그들의 존재감이 무릇 크게 다가오고 새삼 고맙기도 하다. 가능한 오래오래 보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