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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Oct 30. 2020

엄마는 나에게 코로나가 고맙다고 말한다

내가 꿈꾸는 노년일기


어렴풋하게 '나이듦'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편이다.
고등학생 때부터였을까, 나이의 대치어가 신뢰가 되어야 할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선 어떤 생각이 또 어떤 가치관이 필요할까 마음속에 품고 사는 것 같다. 수많은 유명인사들을 만나 강연을 듣는 것도 돌이켜보면 그런 맥락의 일환이었지 싶다. 윗선임 급 인생 선배에게서도 교훈을 얻지만 때로는 윗'세대' 급 어른들에게서 배움을 느낄 때 감정적으로 더 많이 움직이기도 하는 것 같다.


@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1년 전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인스타 계정. 평소 취향에 맞는 아티스트들을 팔로우해오고 있었지만 이들은 또 다른 영역에서 나의 취향을 가로챘다.


1942년생 동갑내기 부부 이찬재, 안경자 님 (무려 서울대 CC).
남미에서 가족과 이민생활하던 중 손자들이 먼저 한국으로 돌아갔고, 그리운 손자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던 일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시작했다.

70이 넘은 나이에 쉽지 않을 SNS 계정 관리를 시작한 것뿐만 아니라 업로드를 위해 그림을 사진으로 찍고, 편지를 타이핑한다는 일련의 과정이 전부 수고스러울 일일 텐데 그런 노고와 손자들을 생각하는 진심이 온전히 전해져서 사랑스럽다.


큐트와 위트를 다 가진 그들...


아무노래 챌린지

그림을 소재로 대화를 나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다. 아직도 세상을 배워나간다. 항상 새로움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 자체로 즐긴다.

일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그것을 발견해내는 열정이 나이를 잊게 만든다. 표정에서 행복함이 묻어난다.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출처: 비디오머그 유튜브




돌이켜보면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나의 경우 때때로 자주 이따금 우울함을 전보다 자주 느끼기도 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자연스레 엄마와 대화할 시간이 늘었다. 평소 엄마와 둘이서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나름 거리가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오히려 집 안에서는 대화가 그리 많지 않았던 거 같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이던 올해 상반기에 엄마와 자주 밤 산책을 나갔다. 운동이 되기도 했고 매일 같이 하다 보니 재미가 붙기도 했다. 매주 3일 이상 한 시간씩 걸으며 나누는 대화는 의미 없는 듯하면서도 24시간 동안 분절된 대화 파편을 모은 한 시간짜리 대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항상 코로나가 고맙다고 한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해가 된다. 나는 고마움보다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다른 감정이 든다. 엄마와의 대화가 어렵지 않게 됐다라던지 그동안 그어져 있던 얇은 선 하나를 지운 듯한 추상적인 어떠한 감정의 동요. 코로나가 엉겁 결에 일깨워준 작은 관심.



호기심은 나이를 잊게 만는다.



비디오머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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