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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Apr 22. 2021

역주행, 단어가 주는 자극적인 감칠맛

통상 말하는 인생의 '순리'라고 함에는 건강하고 부유한 삶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 말을 달리 표현한다면 삶의 가운데 '성공'이라는 방점을 찍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유에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올바른 인생의 방향성이라 생각한다. 때로는 빨리 가려고만 하면 풍경을 놓치게 된다고 말하며 천천히와 꾸준함을 격려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앞"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학습을 통해 형성된 우리의 가치관은 거꾸로 가는 삶은 어딘가 부정적인 느낌이 들게 단련되었다.  그래서일까, 최근에 유행처럼 쓰이는 특정 단어들은 우리들에게 자극적인 맛을 느끼게 한다.

허위광고, 과대광고를 넘어서 '뒷광고'라는 새로운 현상어가 등장하였다. 발매 당시에는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뒤늦게 주목을 받는 경우 '역주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된다. 물론 두 단어가 가진 톤앤매너는 사뭇 상반된다. 하지만 '뒷'광고와 '역'주행이 단어 자체에 내포한 반대적 습성은 우리의 신경과 감각을 자극하기에 알맞은 성질을 갖고 있다. 톡톡 튀는 자극적인 맛도 있으면서 단어에 집약된 맥락이 감칠맛까지 더해주어 출생이 얼마 안 된 늦둥이임에도 금세 우리의 일상어로 자리 잡았다.

<놀면 뭐하니>에서의 유희열의 말을 빌리자면 "역주행이란 단어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윗세대의 음악 문화 때만 하더라도 자연스레 입소문으로 유명해지고, 노래 한 곡이 아닌 그 앨범 자체가 사랑을 받곤 했었다. 여기서 음악은 자연스레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갖게 됐었다.

싱글 앨범이 공개되자마자 음원차트를 줄 세우기 식으로 점령하는 지금의 정서와는 깨나 다른 모습이다.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차트인하지 못한다면 그 노래는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고, 날 것의 단어로는 사장되기까지도 한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1등을 하지 못했던 곡들이 어는 순간 특별한 계기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이런 현상을 '역주행'이라고 부른다. 따지고 보면 날 때부터 모든 노래가 1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 당연한데, 저마다 출생 이후 특정한 시기에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 배지를 하나 달고서 알려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 배지는 훈장 같은 모습으로 대접받지만 맥락적으로 본다면 유명해서 유명해진 딱지가 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역주행이라는 배지가 주는 효과로 감싸지는 특별한 시선과 단어의 감칠맛은 곡의 효용을 시대를 거스르는 힘에 초점을 맞추게끔 만든다.

너도 나도 역주행 곡을 공론화하기 바쁜 요즘이다. 브레이브걸스가 롤린으로 활동하던 당시 군생활을 했던 지라 누구보다도 그들의 인기가 반가운 한 사람이지만, 내심 머지않아 토사구팽 당하진 않을까 걱정이 더 앞서기도 했다. 뒤이어 오랜만에 떠오른 SG워너비도 줄기차게 1위를 석권했던 지난날의 영광은 흐릿해진 채로 곳곳에서 '재주행'이 아닌 '역주행'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물론 대중들의 반응의 온도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의 진심이 차고도 넘쳐 성숙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표현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 역시도 다시 사랑받는 이들 덕분에 행복하고 감사한 감정을 느끼는 요즘이지만 역주행이라는 단어의 쓰임이 점점 단순해지고 반복되는 가운데서 오는 '자극성에 대한 무뎌짐'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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