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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별 Nov 09. 2022

인생이란 적당한 거리 두기의 마라톤

전소영의 그림책 '적당한 거리'를 읽고


  '적당하다'는 건 어느 정도일까. '알맞다'는 건 기준이나 관점에 따라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각자에게 알맞은 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그 어느 정도의 '적당한 거리'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어 내는 매일이 쌓여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성시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뜬금없이 그림책을 필사하고 싶어진 건 오로지 뒤숭숭한 나의 마음을 위해서였다.  덕분에 무려 5개월이 넘도록 손대지 않아 책장 깊숙이 숨어 있던 필사 노트가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한 자 한 자 적으며 잡념을 지워본다. 적으면서 의미까지 함께 고민해 보기엔 멀티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뇌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한 문장을 적고 나서 다시 읽어본다.


  옮겨 적기 전에 한 번 읽고, 그대로 따라 적으며 머리를 비우고, 한 문장이 완성되면 잘 썼는지 다시 읽으며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렇게 모두 다름을 알아가고
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
너와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사랑의 시작일지도

- '적당한 거리' 본문 중에서 -


  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둘째 아이의 말이 유창해질수록 내 마음 한켠에는 어느새 거리감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들과 말도 안 되는 시시한 이유로 말싸움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 스스로 '나는 엄마와 달라'라는 것을 온몸으로 피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와는 취향도 다르고 성격도 너무나 반대되는 큰 아이의 영향이 클 것이다. 남자 아이라 아기였을 때부터 너무 내 품에 키우지 말자고 다짐하긴 했었는데 기본적인 기질 자체가 의존적인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눈길이 갔던 책 '초등 엄마 거리 두기 법칙'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불안한 엄마는 아이의 일상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현명한 엄마는 필요한 순간에만 똑똑하게 개입합니다. 여기서 '똑똑한 개입'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주는 지혜로운 개입을 말합니다. 즉,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도움을 주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개입을 '똑똑한 개입'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 '초등 엄마 거리 두기 법칙' (엄명자 지음)


  물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현명한 엄마가 되는 건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더라도 막상 문제 상황을 맞닥뜨리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적고 또 되새겨 본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엄마인가. 아이들과 나의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자가 점검을 하고 거리 조절을 해야지.


잊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는 것뿐"

 

덧붙이는 말 :)
 그림책에서는 식물을 기르는 일에 비유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고도 아이들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아무리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아직 내 마음속 일 순위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워낙 젬병인 나인데 그래서 그런가.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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