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시대 실연 전문가 베토벤의 조언
야, 너 차였다며? 내 인생은 대체 왜 이럴까 싶어서 혼자 소주 까고 눈물 찔끔 흘리고 있다면 이 형을 봐. 음악은 인류 역사상 원탑 천재인데 연애는 폭망이었던 우리의 형님, 베토벤이야. 이 형은 평생 혼자 살았어. 20대부터 40대까지 그의 음악만큼이나 창의적으로 차였거든. 하지만 멘털 하나는 끝내줘. 실연의 빡침을 예술로 승화시켜서 전 세계인의 플레이리스트에 박제해 버렸거든. 베토벤 형이 알려 주는 차였을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세 가지, 잘 들어!
형의 첫사랑은 제자 줄리에타였어. 피아노 레슨 시간에 분명히 둘 사이에 찌릿한 스파크가 튀었거든. 형은 드디어 내 인생에도 봄이 오나 싶었지. 하지만 현실은? 혼자만의 착각이었어. 줄리에타는 금수저 귀족이었고 형은 가진 건 실력뿐인 평민 음악가였거든. 줄리에타는 평민인 레슨 선생님보다 돈 많고 잘생긴 백작한테 끌렸던 거야.
"선생님의 음악은 천국 같지만 제 현실은 이 화려한 성(Castle) 안에 있어요. 백작 오빠랑 비교했을 때 선생님은 돈도 없고 얼굴도...... 솔직히 음악만으로는 결혼 생활이 안 되잖아요."
이때 형은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대신 방구석에서 피아노를 부술 듯이 두드렸어. 그녀를 향한 미련과 실연의 분노를 건반에 다 쏟아부었지.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월광 소나타> 야. 우울의 끝판왕이지. 너희도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올라도 꾹 참아. 구질구질하게 연락하는 순간 흑역사 박제다. 대신 그 감정을 글에 쏟든, 그림에 쏟든, 무엇이든 좋으니 너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나중에 그게 니 명작이 될지도 모르니까.
30대의 베토벤 형은 요제피네라는 여인을 열렬히 사랑했어. 이번에는 서로 마음이 통한 쌍방 시그널이었지. 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있는 미망인이었고 평민인 형과 재혼하면 귀족 신분과 양육권을 다 잃어야 했어. 사랑보다 현실이 무거웠던 거지.
"당신을 사랑하지만 내 아이들을 버릴 순 없어요. 우리 리스크 감당하지 말고 여기서 멈춰요. 그게 당신과 나를 위한 길이에요."
설상가상으로 이때 형은 음악가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청력 상실까지 겪게 돼. 얼마나 세상이 원망스러웠겠어? 하지만 형은 홧김에 아무나 만나는 환승 연애 따위 안 했어. 대신 넘치는 울분을 <운명 교향곡>에 다 때려 넣었지. 빠바바 밤~! 이건 나쁜 운명이 문을 두드릴 때, 좌절하는 대신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 외치는 소리야. 너도 홧김에 아무나 만나서 외로움 달래지 마. 대신 그 분노를 커리어에 쏟아부어. 성공해서 보여 주는 것만큼 짜릿한 복수는 없다.
40살의 베토벤 형, 마지막 희망이었던 제자 테레제에게 청혼하러 가. 근데 형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술을 진탕 마시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나타난 거야. 아무리 천재라도 술 냄새 폴폴 풍기고 머리 산발인 남자를 누가 좋아하겠어?
"선생님, 거울 좀 보세요! 우리 나이 차이가 22살이에요. 그런데 예의까지 없으시면 어떡해요? 저는 선생님을 남자로 본 적 단 1초도 없으니까 착각 마세요!"
결국 또 차였지. 이 고백 실패 후에 남겨진 곡이 바로 <엘리제를 위하여> 야. 원래는 '테레제를 위하여'였는데 형의 악필 때문에 '엘리제'가 됐다는 썰이 있을 정도로 당시 형은 엉망이었어. 이미 차였다면 폐인처럼 지내지 마. 상대방이 '어? 쟤 왜 더 멋있어졌지?' 싶을 정도로 가꿔야 해. 잘 씻고, 옷 단정하게 입고, 운동하고, 니 루틴을 지켜. 꾀죄죄한 모습은 상대에게 '와, 진짜 차길 잘했다'라는 확신만 줄 뿐이야.
연애가 안 풀리니 형은 커피에 집착했어. 매일 아침 원두를 딱 60 알씩 세서 커피를 타 마셨대. 59 알은 싱겁다고 난리, 61 알은 쓰다고 난리. 여자 마음은 한 알도 못 맞혔으면서 원두 셀 때는 왜 이렇게 목숨을 거는 거야? 하지만 이런 집념이 있었기 때문에 명곡이 탄생한 거겠지?
형이 죽고 나서 서랍 깊숙한 곳에서 이름 없는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가 발견됐어. 학자들은 이 편지의 주인공이 두 번째 사랑이었던 요제피네라고 추측해. 신분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그녀를 죽을 때까지 가슴에 품고 그 지독한 그리움을 음악의 연료로 썼던 셈이지.
베토벤 형은 결국 평생 혼자 살며 이런 말을 남겼어. "나를 버티게 한 건 오직 예술뿐이었다." 사랑 때문에 세상 무너진 것 같은 친구들아! 사람은 떠나도 니가 고통 속에서 만든 결과물과 커리어, 루틴은 절대 배신 안 해. 베토벤 형이 명곡을 남겼듯이 너는 이번 실연 끝에 무엇을 남길래? 운동해서 만든 식스팩? 아니면 읽다 만 책 한 권 다 읽기? 자, 이제 눈물 닦고 할 일 하러 가자. 지금 니가 하는 노력이 나중에 인생의 교향곡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