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피쉬

그림인 듯 꿈인 듯 펼쳐지는 가까운 이의 과거

by 레아

아버지의 모험 속에 태어난 아들.

그런데 정작 그 과거를 믿을 수 없다.

소설 원작, 동명 영화가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

빅피쉬는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과 아들 윌의

갈등에서 시작해, 과거를 한바퀴 휘 돌아본 후

그 시간을 이해하는 부자 간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늘 무엇이든 과장되게 표현하고 말이 끊이질 않고

장난을 즐기는 에드워드.

성인이 된 윌은 자신이 듣고 자란 아버지 얘기의

실체를 알고 싶어 주변 인물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버지가 얼마나 갖가지 모험의 세계를 그리며 살았고

동시에 자기와 가족을 지켜왔음을 알게 된다.


영화가 개봉된 지 이미 15년은 더 지났다.

극장에서 팀버튼 영화에 빠졌던 순간이

그토록 시간이 흘렀단 게 믿기지 않았다.

당시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에드워드가

거인 친구, 마녀, 서커스 단장 등을 만나거나

신발이 걸린 마을 초입에 도착하거나

사랑하는 여자에게 구애하고자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여자의 창 밖 노란 수선화 밭에서

프러포즈를 하던 명장면 등이

공연을 보는 중에도 떠올랐다.

영화 말미 등장인물들이 하나둘 나타나던 장면에

특히 뭉클했었는데

뮤지컬에서도 아버지가 사라진 자리에

커다란 물고기가 떠오르고

그 주변에 거인, 마녀 등 주변인물들이

줄줄이 서 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8세 관람가로

어린이들과 가족 관객이 많았다.

장이 바뀔 때마다

박수 소리가 들렸다.


환상적 장면에 등장하는 서커스 소품이나

빅피쉬, 거인친구 등은 밝은 톤으로 제작된

수공예 물품들였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분위기에 어울려 보였다.

어린이날 혹은 크리스마스 당일

거대 응접실에 초대받아

알록달록한 막대사탕을 받아든 기분이었다.


팀버튼의 영화 빅피쉬를 십 년이 훨씬 지난 지금

다시 보고 싶어졌다.

영화는 실제와 회상과 상상 사이 여백을 남겼다면

무대는 관객과 한 자리에서 호흡해 그런지

가족관객형 볼거리에 강한 방점을 찍어주었다.


이야기 속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 대상이 누구이든 간에

가까운 이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나와의 접합 지점을 찾는 일이고

거기서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때부터 또 시간은 조금 달리 흐를 것이다.

인정하거나 부정하거나

가까워지거나 밀쳐내거나.

여하튼 변화의 시작!


관계의 궁금증을 풀기 위한 진지한 톤의

김성철 배우,

허스키한 톤으로 무대를 누비던

남경주 배우의 연기로 관람.


P.S. 어릴 적 친구와 여의도 밤길을 쏘다니다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남경주 배우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티브이 녹화 라이브를 듣고

알 수 없어요 알 수 없어요

당신의 인생은 뭘 위해

이런 류의 가사들이 귓가에 한동안 맴돌았는데...

그때 그 친구와 수많은 모험,

우리 딴에는 어른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로

분주히 고민했던

어린 날의 밤.

에드워드 '블룸'처럼 갖가지 도전과 만남을

'꽃 피우고' 싶던,

시간이 지금 문득 떠올랐다.

그 꽃을 얼마나 피웠는지는 회의적이라도

꿈꾸는 것 자체가

쇠털만큼 새털만큼 많은 날의

특권인 양 떠들어대던 시기.

나중에 이런 사람을 만날 거야. 그런 곳엘 갈 거야.

저런 일을 해야지. 수없이 쏟아낸 말들.

그것도 미래에 유예된(지금은 과거인)

허풍이라면 허풍일까.


에드워드가 그렇듯

어떤 사람들은 몸만 늙지

정신은 그렇게 산만히 물 속을 유영하며

큰 사람이 되기를 꿈꿀 뿐,

좀처럼 나이를 못 먹어

지난 공상까지 다 끌어 안고

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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