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프레스 Jul 23. 2021

출국

무심코 공항 생각


"......우리는 사회 생활에서는 힘과 강인함을 투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지독하게 연약하고 위태로운 피조물이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또 그들 역시 우리를 무시하지만,

늘 우리의 행복의 가능성을 볼모로 잡고 있는

소수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냄새만으로도 인식할 수 있으며,

그들 없이 사느니 차라리 죽는 쪽을 택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공항 갈 일이 뜸해진 후,

 10년 전 2009년 발간된,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_히드로 다이어리'를 다시금 다.


작가가 일주일 간 공항에 체류하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오가는 사람들,

공간 구석구석을 보며

떠올린 상념과 타인과 스치며 나눈 얘기를, 

<접근>, <출발>, <게이트 너머>, <도착>이라는

네 개의 챕터로 정리해 낸 책이다.

공항 검색대에서 일하는 이들의 경계심 가득한 자세라든가,

기내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바쁜 손놀림,

가족과 연인을 배웅하는 이들의 표정들이 책 안에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인 리처드 베이커가

찍은 공항 곳곳의 사진이, 페이지에 깔려 있다.


큰 따옴표 안의 윗 구절은

공항에서 상봉하는 감정적 순간에 대해

기록한 구절, 도착 파트 191~192페이지 문장들이다.

책 안에선 떨어져 살게 된 가족 구성원

마주하는 것 대한 기술였지만,

인생에서 소중하고 귀한 인,

기대고 사는 긴밀한 관계에 대한

크고 작은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동시에,

책보다 더 전의, 이천 년 대 하림의 출국 노래를

독서 배경 음악으로 골라 들었다.

윤종신 (필명 탁영) 노랫말.

공항이나 역에 가면 쉽사리

보게 되는 만남과 이별 속에서,

결국은 누군가에겐 특정적으로

 한없이 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을 책과 노래가 건드린다.

사람들은 서로 상처를 주고 받고,

받은 만큼의 폭탄을 들고 기한 내 돌려막기를

하듯 살아가지만

결국 또 누군가 기다려주고 사랑해준 만큼의

여운으로 그 상처를 꿰매고 눌러

새 살을 돋게 만든다.

타인은 도와줄 뿐이고

자신의 상처는 스스로 봉인할 수밖엔

없어 보이는데,

압축된 공항의 에피소드와 감정이,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소용돌이들을

마주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허할 땐 공항에 가곤 했다.

즈음 통 간 적이 없어 위기 사태 이후의

한적한 공항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다음에 시간이 나면

그저 아무 목적 없이

공항의 곳곳을 돌아다니고 싶어.


그런 에서 합법적으로 (?)

제한없이 히드로 공항에 머무르며

사람들과 내밀한 대화를 나눈,

작가 일주일 특별 다가왔다.

여행 갈 때 잠시 스친 히드로 공항, 어떤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던 그곳에서

작가는 자신의 수다를 펼쳐놓고,

내게 당신의 나라 공항에선 어떤 것을 보았소

묻는 것만 같았다.



종교인을 대하듯 글쓰는 작가 주변에

다가와 책에 자신의 얘기가 들어갈지

묻는 예비 독자들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큰 테이블을 펼쳐두고

붐비는 곳에서 글을 쓰는 데에도 공감이 갔다.

막힌 장소보다

트인 장소에서 쓰길 좋아하는 나로선.



국내 작가가 인천 공항을 얼마간

체류하며 소소히 담소도 나누고

그 안 노동자들과 인터뷰도 하고,

시시콜콜한 여러가지를 책으로 낸다면,

지금 시기엔 '김중혁' 작가

어울리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국내판 공항에서 일주일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지금 당장 갈 수 없어도 공항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혼자이든 누군가 함께이든,

공항은 시간에 절취선을 긋기에 너무나도

온당한 장소다.

인간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땐

상대를 머릿속에서 떨쳐내기에 그만이고,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로 헤매일 땐

자신을 지키려 든든히 마음 먹는 곳,

비움과 채움을 번갈아 경험할 만한 곳이다.

그저 물리적 비행기가 오가는 곳일 뿐인데,

나를 관통하는 수만가지가 떠오르 사라지는

장소로, 의미있 다가온다.


..... 지하철 안에서

히드로 다이어리를 덮으며

인천 공항에 가고픈 맘에,

유튜브 <출국>, 헝가리 부다페스트 편,

어부의 요새에서 하림이 부른 라이브를 들었다.

https://youtu.be/Os4l5D1HVxQ








매거진의 이전글 사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