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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Jul 30. 2021

분홍 분홍

진동 아니라 움직임으로 다이어트

운동 기분에 구매한 핑크 티. 모델 핏은 안 나도 하나 값으로 두 개 사서 행복 ㅎㅎ


핑크피그......

왠지 오늘 운동할 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분홍 돼지 같아 조금 스워 보였다.

운동할 때 입는 상의로

롯데 온라인 몰에서 요가복,

진한 분홍, 옅은 분홍 1+1

세 벌을 사서 번갈아 입고 있다.

핑크 중독자도 아닌데, 어떻게 하다보니

인터넷 세일가로 착한 값으로 나온 게

분홍색이라 다른 상표 별로 한꺼번에 사다 보니

그렇게 됐다. 사고 싶은 건 검은 색이었는데,

블랙은 원래 인기 상품이라 세일을

하지 않았고, 본의 아니게 핑크 통통 돼지 복장인이 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분홍 옷을 입고 운동하는 나를

마주하자,

불현듯 기억에 잊히곤 떠오,

과거 운동 아닌 운동 장면이 떠올랐다.

운동 없이 살빼기!!!

10여 년 전 그보다도 더 전, 이천년 대 후반였다.


나는 밤마다 여덟 시 경

종로구 종로 3가역 번화가 어느 건물

문을 열고 들어가, 옷을 갈아 입었다.

속칭 관리센터 ㅎ 체중 관리센터였다.

당시 취준생였 입사 시험에 최종 탈락할 때마다

세상이 끝날 듯 낙담하고 신세 한탄을 했으며, 

그걸 듣다 못해 몹시 피곤했을 당시

기분 전환 선물이라며

'살과 피부' 관리 센터권을 선물해 주었다.


우울해진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종로 센터의 문을 열면

모든 여자들이 분홍 옷을 입고

한데 모여 있다.

분홍 옷. 그때 나는 그 분홍 무리에

함께 끼어 있는 모습이 너무도 희극적이라

생각했, 친구 돈이 아까워 빠지지 않았다.

좀 두꺼운 재질로, 소위 땀복인 통통 모드 분홍복을

걸치고 각종 기구에 번갈아 가며

몸을 맡기는데,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으면 된다.

기계가 알아서 덜덜 떨리고

진동을 만들고, 살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센터 여자들은 모두 같이 조용히

센터 곳곳에 걸린 모니터를 통해

kbs 1tv 일일드라마를 시청했다.

몇 가지 기구를 번갈아 가며 살을 덜덜 떨리게

하는 기계 공장. 부위별 몸을 맡긴다.

뱃살도. 허벅지도. 팔뚝살도.

마치 진동 마사지기처럼...


그런 온 몸 진동을 벨트나 압박 기구로 겪고 나서

땀을 빼고 이후 건물 한 층 계단을 올라간다.

그럼 이제 또 침대에 누워서

경락이 시작된다.

곡소리가 나올 만큼의 아픔이었다.

턱이 빠질 듯 심한 손가락을 느끼며,

고통을 참고 얼굴 근육의 밀림을 경험한다.

후덜덜 온 몸이 아픈 얼굴 압박.


그렇게 운동 없이 살을 뺄 수 있다는

센터에 나는 얼마간 나갔고

그 와중에 취직이 되었다.

그리고 여덟시 땡하면 들어가 입던,

그 분홍 통통 돼지 의상을 더이상 입지 않고

야근을 시작했고,

경락의 후유증으로 한동안 한의원을 다녔다.

경락이 안 맞는 사람은, 경락을 받자마자

온 몸의 독소가 올라와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데

내가 그랬다. 얼굴과 팔에 좁쌀처럼 올라왔고

화 기운 올라온 듯 벌겋게 부었

진료를 좀 받기도 했다. 일 하다 자연스레 사라졌다.

아마도 일 못한 취준생의 비애와 애환과

온갖 스트레스를 몸이 반응해 주었던 것 같다.

남은 회차는 가까운 친구가 대신 양도 받아

마쳤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단 한 번도

운동 없이 살을 빼겠다는 생각과,

경락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았다.

살은 단 일 킬로도 안 빠졌고

오히려 일 하면서

잦은 출장과 야근에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다가 살이 빠졌다.


여전히 지금도 관리만으로 살을 빼는 곳이 있을 것이고

나만 후유증을 겪었을 뿐, 잘 빠진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은 정직하게 움직여서

빼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핑크 통통 피크가 되든 어쩌든

몸을 움직여 살을 빼기 위해,

좀 더 움직였고

내일도 움직일 것이다.

모레도, 글피도.... 운동에 집착하고 싶다. ^^


p.s. 오늘 운동 후 들은 노래


색깔로 치면 핑크 - 하와이 밴드 곡

https://youtu.be/l215ElmO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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