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zzy Jul 21. 2021

서킷 할까요

너덜너덜해지는 몸&든든해지는 마음


운동 피티 수업 마무리에 서킷을 할 때가 있다.

유산소, 근육 운동을 차례대로

세트별로 다량으로 채우는 서킷이라기보다는,

세 가지 정도의 고정된 동작을

쉼없이 반복하는 형식의 짧은 순환운동을 수행 중이다.


간단히 걷는 동작(STEP-UPS)부터 옆으로 뛰기,

엎드려 산을 오르듯 무릎 가슴으로 끌어와 번갈아

뛰기(MOUNTAIN CLIMBER)까지

연속 모션을 쉼없이 하고,

잠시 숨을 고르고 그 동작들을 반복한다.

불과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너덜너덜해질 수 있는 운동이다.

하루 24시간 1440분 중에 겨우 10분,

그 안에 탈진해버리는,

초스피드 에너지 소진 운동법.


서킷 후 넋 나감 ㅎ  (힘센 힘토리가 자기보다 더 센 이를 만난 때 장면. 형 윌리엄이 하모니카 연주로 위로해주는 감동 에피소드)

짧은 시간 안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땀이 비오듯

쏟아지며 끝나고 바로 비틀거릴 수 있는 운동.

이 운동도 과연 하다 보면 평범해질 수 있을까?

과연? 가히 놀랍다.

뭔가 기분은, 운동하는 것 같다는 인지 깨우지만

급속도로

너덜너덜해진 심신을 체험할 수 있다.

심폐기능도 높아지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일까.

일주일 두 번 정도 두 주 연속 해보았는데,

정말 토나올 만큼 힘들었다.

한예종 무용원 실기과 사람들은,

연습실에서 춤추다

나와서 토하고 다시 들어가 춘다고,

그만큼 심하게 훈련한다는 얘기를

친구가 해준 적이 있는데,

설마? 토하고 운동을 또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추어가 이렇게 몇 분 안에 해보는 경험이,

프로들에게는 몇 시간 안에 오는 반응 아닐까

싶었다.

시범으로 보이는 운동쌤의 안정된 자세를 보면,

서킷은 초급자들에게는 공포의 체력전이지만,

고급자들에게는 도전할 만한, 근사해 보이는

포인트를 가진 것은 분명해 보였다.


몇 분이 얼른 가버렸으면 좋겠는데

1분이 이렇게 길다고?

10초가 이렇게 길다고?

시간 팽창을 여지없이 경험할 수 있는 게

서킷이다.

운동쌤이 1분 남았습니다, 10초 남았습니다,

이 신호가 마치 슬로 장면처럼 느리게

편집되는 기분이다.

시간은 왜 이리 빠르게 흐를까

고민하고 상념에 빠진 이에게

서킷을 추천하고 싶다.

시간 차암....... 느리더군요.


이렇게 단 시간 안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땀에 흠뻑 젖고

다리에 알이 배기고

다음 날 얼얼한 느낌이 계속 간다.

걷다 보면 사라지지만,

운동을 했노라, 하는 인식만큼은

제법 길게 가져갈 수 있다.

나는 운동하고 있다, 이 맘을

느끼고 싶은 이에게도 서킷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친한 친구 중에 커브스를 추천하는 이가 있다.

친구는 커브스를 다니며 쿠폰도 챙기고,

(출석률에 따라 무슨 도장을 찍어주는 건지,

일수를 꼭꼭 챙기는 것처럼 보였다.)

40분 가량 순환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했다.

취미로 검도를 배우기도 했던 이인데,

학자인 친구가 의외로(?) 커브스

전도자가 되어 얼마나 재밌기에, 하면서

궁금해 했는데 약간 이런 느낌일까 싶다.

아직은 괴로워서 엄두가 안 나지만,

친구는 괴로움 단계를 넘어선 듯하다.

커브스의 좋은 효과를 한창 듣던 시기,

오키나와에 갔는데, 한적한 동네에서

커브스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운동법들은 전 세계가 함께 유행을 타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크로스핏(지금도 유행이지만)이

유행할 때 티몬에서 체험권을 사서

하루 운동하러 간 적이 있다.

친구와 함께 2회권을 샀는데,

한 번 하고 뻗어서 다시 못갔다.

당시 소지섭이 트레이너로 연기한,

<오마이비너스>를 보고 감흥 받아

티몬에서 샀다가, 하루 안에 뻗어버렸다.

그때도 스텝 박스를 앞에 두고

무릎 올려 걷고 뛰고

온갖 동작을 따라했던 것 같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고

두 체험자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코치했다.

제법 열심히 따라했지만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운동였는데,

이제 다시 해보니

다시 해야 할 운동 같다.

이 서킷을 더 가볍게, 좀 덜 공포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세가 갖춰지면 운동하고 있다는 충만감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p.s.

서킷을 찾아보다

서킷의 정의를 해준 어느 블로거의 글들을

재밌어서 여러 개를 주르륵 읽게 됐다.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딴 체험담과

여러 운동법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놓은 분의 블로그인데.

읽다 보니 모두 익혀 보고 싶은 동작들 풍성하다.

글로 동작이 와닿기 쉽지 않은데,

이 분은 귀여운 그림과 구체적 근육 그림, 동작 사진들과

함께 홈트 교과서처럼

예쁘게 정리해놓았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seulgihomt&logNo=222224295795&proxyReferer=


운동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블로그

- 슬기홈트


재밌어서 어플도 내려 받았다.



작가의 이전글 이유 없이 달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