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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Aug 03. 2021

하루 운동

노래 보며 숨쉬고 달리기

오늘은 아쉬탕가 요가를 하고

6km를 달렸다.

아쉬탕가 요가는 일련의 흐름이 있는 운동이라,

하늘을 향했다가 땅으로 꺼지고,

다시 올라오고 내려갔다를 반복하다 보니

마음 정리에 좋다.

정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을 앞으로 굽히고 다른 발은 뒤로 뻗는

런지 자세라든가

뒷 발을 모두 뒤로 뻗어 보내고

양 손을 눌러서 삼각 꼴로

상체를 가라앉히는 다운독 자세

연이어 나오다보니 땀도 흠뻑 흘러

운동으로도 제격이다.


요가를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고,

느린 페이스로 6km를 달렸다.

러닝머신 위에서

<바라던 바다> 포항 마지막편을 시청했는데,

윤종신 팬이다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포항은 친한 친구가 근무하는

고장이기도 해서, 친구들끼리

여름에 가서 물회도 먹고 호미곶도 가고

포항공대도 돌고 이래저래 추억이 있다 보니.

같은 포항 아래 바닷가가 나오는 곳이라

포항 촬영지 편을 재미나게 관람했다.

포항에 가서 울산의 친구를 불러

다시 부산으로 가서

광안리 밤바다 모래사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밤새 수다를 떨던 여름 밤이 떠올랐다.

지금은 코로나로 그런 여행을 못 봐서

대리만족으로 <바라던 바다>를 시청하며 달렸다.

윤종신이 떠주는 차를 마시고

라이브를 듣는 이들이 몹시 부러웠다.

이동욱이 만들어주는 딸기우유막걸리도

달콤하게 보였고,

촬영지인 흥환리 해변에도 가보고 싶어졌다.

초대 받은 시민이 민트 빛이라며 풍광에 감탄했는데,

직접 가서 그 민트 빛 포항 하늘과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특히

이 날 촬영분의 윤종신 안경은,

예전 환생 시절 촬영분에 자주 등장하던

안경 스타일과 비슷한 뿔테라...

너무 반가운 코디였고,

그래서 클로즈업샷을 찍으려 했는데,

아무래도 출연진이 많다 보니

윤종신 단독샷이 자주 안 나와 아쉬웠다. ㅎ

십대 시절이라면 단독샷만 다 모으는 집념?집착?

그런 열의로 이글거렸을 것 같다.

어릴 적 열심히 음악 잡지를 사서 모으며

그 중

윤종신 사진을 모았는데,

그땐 출연이 잦지 않아서였다면,

이젠 그러지 않아도 티브이에서 자주 볼 수 있으니,

어릴 적과 퍽 대조되는 변화와

시간 변화가 새삼 흥미롭게 다가왔다.

팬으로선 평생 맘 속에 늙지 않는 소년 같은 가수를,

<바라던 바다> 자막으론 계속

아빠스럽다거나 삼촌으로 묘사해서,

그 또한 살짝 서운도 했으나  

뭐, 사실이니 이해한다.

 같이 나이 들어가다보니

뭐든 다 용인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계속 섭외돼

좋을 뿐이다. 세월의 관대함.

달리면서 중간 중간 윤종신 사진 건지려

찍다 보니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버렸다.

심한 비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

보면대 앞에서 기타를 든 가수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누구든 자신의 일에 빠져 있을 때 모습은

매력적이다.

가수가 노래할 때 배우가 연기할 때

무용수가 춤을 출 때

안무가가 안무 디렉팅할 때

연극 연출가가 연출 디렉팅할 때

래퍼가 랩을 할 때

..... 등등등 다른 면들도 지닌 이들이지만

딱 자기 일을 할 때의 그 순간 모습이

멋진 사람들이 있다.

팬으로서 윤종신의 노래하는 순간

노래를 준비하는 순간이 렇다.

다른 때도 다 좋은데 퍼포머인 때가

결정적인 매력의 시간으로 다가고,

그런 장면은 늘 설레게 다가와

되게 이편에서 흐뭇해진다.


얼마 전 친구와 덕질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음반을 몇 년에 한 번 낼까 말까하는 가수를

흠모하거나, 팬들이나 매체와 소통하지 않는

가수를 좋아하는 고통에 대해 들었는데,

나로선 윤종신의 경우엔 그런 심경은 아니라서,

행복한 팬이라는 안도감과

고마움이 동시에 들었다.

오히려 팬의 수용 속도가 윤종신의 작업 속도를

못 따라가는 지체 현상이 나타나면 나타났지,

오매불망 기다려야만 하는 인고의 덕질은

아니다. 어느 한 곡을 더 오래 반복해 듣고 싶은데

아직 한 곡에서 벗어나기 싫은 때인데

문득 한 달이 가 있어서, 다음 월간 윤종신 호를

고이 아껴놓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학창 시절,

학교 앞 음반 가게에서 윤종신 새 앨범을

구입하거나 선물받고는

사물함 깊숙이 고이 모셔 놓은 채,

이번 중간 고사가 끝나는 날 들어야지,

기말 고사가 끝나는 날 들어야지,

방학 하는 날 들어야지, 하면서

일부러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참았다 들었을 때 생기는 환희가 있다.

지하철 정거장으로 4 정거장 사이로

학교와 집이 있었는데,

윤종신 테입을 처음 개봉하는 날은

새 노래를 들으며 그 길을 걸었다.

지금 생각하니 1만 보 정도 될 거리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학교 셔틀 버스를 타도 다니다,

지하철이 새로 개통되면서

새로 생긴 전동차를 애용했는데,

가끔 무작정 걷기도 했다.

언제 한 번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러닝머 숫자도 4였다.

4 정거장 거리를 걸어가며 듣던 가수의 노래를,

오늘은 러닝머신 위로 감상했다.

기계가 자동으로 꺼질 때쯤

가수의 곡도 끝이 나, 한 편의 공연을

본 것도 같았다.

숨을 고르고 다리와 팔을 간단히 스트레칭하고

기계에서 내려왔다.


음악을 더 특별히 듣기 위해 참았던 어느 날들처럼,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5~ 6km를

매일 달리며 몇 가지 것들을 참고 있다.

인내심을 키우는 과정에도

일련의 흐름이 생기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힘든데 다소 지나니 무덤덤해지고

더 지나니 약간 즐기게 되고

더 지나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운동에 대한 지금의 마음이 그렇다.

처음에는 한 번 가는 것도 발걸음이 좀 무거웠는데

조금 하다 보니 습관이 되려 했고

더 하다 보니 잘하고 싶고,

그러면서 운동 잘하는 몸이 되고 싶어서

라면이나 피자, 치킨, 빵을 끊었고

이제 언제까지 지킬까 나로서도 궁금해지면서

살짝 즐기는 단계에 들어섰다.


운동할 때마다 뭔가 이벤트처럼

내 안에 흥미로운 것들도 조우한다면

더 좋을 테고,

오늘은 그게

윤종신의 환생 시절스러운 뿔테 안경과

포항 라이브 영상이었다.


해변 무드 송. 가장 좋아하는 구절




달릴 때 나이키 러닝앱을 썼는데 러닝머신 위에서 뛰었더니 거리 이동 없이 제자리 뛰기를 한 것처럼 기록되었다. 실내 운동에서는 필히 트레드밀 버전을 누르고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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