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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Aug 04. 2021

완벽한 타인

비밀이 새 나가는 식탁

비밀을 공유하는 건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비밀이 드러나면 관계는 파국일까

더한 사랑으로 넘어갈까

수십 년 간 죽마고우였던 친구들 간에

한데 모인 식사 자리에서 서로가 휴대폰을 공유한다.

지금부터 연락오는 문자나 전화는 모두 공개.

게임으로 시작했으나 연달아

개개인의 내밀한 사연이 혀진다.

병원 예약, 전 남친 연락. 감춰온 교제 파트너,

밤마다 보내오는 사진, 그간 알아보던 어떤 정보 등.

한껏 놀이로서 휴대폰을 교환해

웃고 말려던 이들은 점점 심각해지고,

휴대폰 주인을 바꿔치기 해

치부를 감추려다, 도리어 예상못한 오해와

갈등에 휘말리기도 다.

어느 커플은 이날부터 남이다.

휴대폰에 숨겨둔 이중 생활 때문에.


친구라서 사랑하는 사이라서,

이 정도는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거 ?

공유의 시기와 깊이가

관계 간 분노 폭발의 핵심.

알았더라면 더 일찍 관계가 끝났을 것을,

감추었기에 도리어 이어져 왔다.

불완전하게 폭로되면서,

혹은 드러날 위기를 겪으며

어느 커플은 산간조각 나고

어느 커플은 더 상대를 잘 이해하게 된다.

그 차이란 뭘까.

비밀을 알아도 치졸함과 배신감을 느끼기보다

연민을 불러오는 사이.  

답을 주는 연극은 아니었으나

문득 그 차이가 궁금해졌다.

휴대폰을 켜 보여야만 생기는 믿음보다

오히려 모른 채로 그냥 보이는 데에서

믿고 살아다가

서로의 깊이가 팽될 가능성은 없는 걸까.


핸드폰 밖으로 새어나온 사적 비밀들로

한바탕 폭풍을 경험한,

친구 간 커플모임의 식사자리.

연극 완벽한 타인.


막공에 보아서 배우들의 마지막 인사를

들을 수 있었는데,

현실에서 이들은 헤어지기 싫은

아쉬움을 토로하며 눈물을 글썽이거나

울먹이기도 했고,

마지막 마이크를 잡은, 편애하는 범배우는

울음바다가 된 자리를 위트있게

마무리지었다.


연습이 시작되는 첫날부터 이런 자리를 예상하고

이미 슬퍼왔다고.... ㅎ 처음부터 슬펐다고 말이다.


완벽한 타인 속 허구의 인물들보다

실제 배우들의 그런 감정이 부러웠다.

지금 팀에서 헤어지기 싫은 마음,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계속 완벽한 타인 공연 안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분위기를 보면서,

관계란 한데 있는 순간과 멀어지는 시점이

긴 시간 위에 공존하기에,

그 안에서 불완전한 이들이 완벽한 관계를 찾느라

소소히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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