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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Aug 17. 2021

체중은 둔감하게 근육은 예민하게

운동 일지

세상에 쉬운 게 없다니!(요리를 자기 스타일대로 멋지게 해내던 귀여운 벤 쉐프 편)


스트레칭(15분) +

고블릿스쿼트 + 덤블 프레스 + 랫풀다운 + 체스트 프레스

(근육 운동 50분)

+ 사이클 (15분)+ 저녁 산행 (30분)


오늘은 스쿼트로 하체 운동, 덤블 프레스로 어깨 운동,

랫풀다운으로 등 운동, 체스트 프레스로 가슴 운동을

하고 사이클을 탔다. 무산소와 유산소, 전신 운동

한 세트를 소화했다. 운동 마친 후 바로 동네 산행

질 무렵 하산했다. 소위 루틴을 만든 것 같 뿌듯.

매일 이렇게 하긴 쉽지 않지만

일주일 2-3번이라도 꼭 하고 싶었다.


몇 주째 체중 변화는 없어서,

운동을 마친 후 속독으로

예전 책인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를

휘리릭 읽었다. 와타나베 준이치 정형외과 출신

소설가가 쓴 베스트셀러로,

인생의 참뜻을 익히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둔감력이 필요하다는 요지를,

여러 사람의 사례를 통해 주장하는 글이다.

좀만 덜 예민하고, 툴툴 넘겨버리고,

대수롭잖게 용인하고 속 편한 사람이 되다 보면,

오히려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예시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애정도 일도 재능도 둔감한 에너지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

이때 둔감함이란 뻔뻔함이나 무감각이 아니라

뭐든 훌훌 털고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늬앙스가 좀 더 강하다.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사실 독자 각자의 숙제이지만

'초조해하지 않고 너답게 살라'는 메시지만은

감흥을 주는 효과가 있다.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면서 느끼는 건,

스스로 다시 나를 세팅하는 훈련이

필요하단 점이다.

애석하게도 그것은 아주 자주! 빈번해야 할 숙제다.

체중변화도 없고 운동능력 상승도 안 보이는 듯할 땐

맥이 좀 빠지는데,

그럴 때라도 꾸준히 하는 힘이 필요하고,

이럴 때 와타나베 준이치 작가가 말한

'둔감한 에너지'가 필요해 보였다.

1~2kg 왔다갔다 할 때 연연해하지 않고,

몸이 뻐근해서 뻗어버릴 때도

다시 상쾌한 상태가 되겠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해서다.


몇 주째 체중 감량이 없는 정체기를 겪으면서

가깝게는 친한 체대 출신 친구에게

왜 체중 변화가 없는지 물었는데

운동을 쉬지 않고 하는 중이라면

들이는 노력이 바로 나타나기보다는

조금만 참으면 다음 계절에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계절? 좀 느린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가

왜 이리 조바심을 내지 하고 반성했다.

변화를 너무 바로바로 바라는 것부터가 욕심 같았다

매스컴과 SNS의 수많은 다이어트 성공담이나

누가 그랬다더라, 하는 주변의 감량 스토리들이

나의 현실과 꼭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단기로 살을 빼고 근육도 늘고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나처럼 더딘 사람도 분명 있을 터인데,

더딘 데에 대해서는 얘기를 잘 안 하니

경험담이 돌지 않을 수도 있다.

체중 정체는 받아들여야 할 터널.

친구 말대로 좀 참고 운동은 중단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차를 고려하자!


피티 선생님도 체중은 계단식으로 감량되고

증가한다고 했다.

계단식?! 우리가 일을 할 때도 무수히

듣는 얘기기도 하다.

글을 쓸 때도 창작을 할 때도

실력은 계단식으로 어느 날 보이지,

그게 차근차근 이자 불듯이 하진 않더라.

조금만 더 참아보자, 동료와도 나누던 얘기다.

계단식 포인트. 수치로 평가받는 것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

그 계단식에 점을 찍고 선으로 좌표를 그리면

기울기 역시 뒤로 갈수록 낮아진다.

기울기가 급하다 하강하는 식이다.

전문가 단계로 갈수록 기울기는 더 낮고 포인트는 높다.

속도는 더디나 얻는 것은 크다.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도전과 성취감들이

대개가 처음에는 휙 빨려 들었다가

버티는 힘에 따라,

뒤로 갈수록 노력이 힘에 부치지만

불쑥불쑥 점을 찍으면서 나타나는 듯하다.

그래서 무언가 가장 힘들 때가

그 좌표를 찍고 있는 그 자장 안에 있는 것이고,

오히려 편할 때는 그 밖일 때이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라도

취미 운동을 통해서도,

과거에 그렸던 사적 인생 그래프를

떠올려보게 되곤 한다.

계단에 도달했던 어느 순간들이나

계단 앞에서 멈춰 버린 시간.

그 계단은 열리지 않는 문과 스스로 열어낸 문,

남이 열어준 문 등

다양한 문으로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문에서 나는 행복해했고 괴로워했고

인내했는지 포기했는지,

떠올려볼 만하다.

그런 순간에도 필요한 건 둔감도!


조금은 둔감한 마음으로,

너무 시간에, 지금 운동에 의미를 두려고 애쓰기보다는,

하루치를 해내고는 훌훌 털고

그렇게 신선한 뇌와 심장으로 다음 루틴을

맞이해야겠다. 운동법은 예민하게 기억하고 익히되,

무게에 집착하는 마음은 털고 좀 길고 여유 있게

계단 운동을 하고자, 스스로를 다독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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