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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Aug 24. 2021

우주 아이 삶 춤

스스로의 결을 따라 공존하는, 시원적이며 자율적인 춤의 세계

우주 아이 삶 춤의 낮 버전 포스처. 밤 버전은 검은 바탕.
성수아트홀 출입구 외관
성수아트홀 로비

어느 시기의 나로부터 멀어지되

그대로의 나로 가까워지고 싶었다.

나에게서 출발하되 다른 궤도벗어나 

다시 나를 찾는 것.

어른이 된 후의 최대 과제였다.


어떤 것으로부터도 속박되지 않되,

동시에 홀로 서도 함께 설 수 있는 자리.

그런 곳이 과연 있을까.


의외인지 기회인지 영유아 무용, 베이비댄스

<우주 아이 삶 춤>을 보면서

춤 안에서 멀어지면서 동시에 춤에 가까워지는

길을 본 듯 했고,

무대 위 공연은 누군가에겐 나로부터 멀어지

가까워지는 그러한 세계를

선물하고 있었다.


<우주 아이 삶 춤> 

현대무용단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의 신작으로

인정주 안무가와 배혜진 드라마터그가 만나

밝넝쿨, 이설애, 임정하, 이영례 무용수의

춤으로 일궈진 작품이다.

명무대 김윤희, 음악 타무라료.

여럿 아티스트 흔적이 담긴 작이다.

아이를 향한 춤이면서 일시에 무용수 각각의 춤이었고

또 한데 어울려 공통 지점을 만들어 내면서도

다시 아이와 교감하는 움직임의 장이었다.


48개월 이하 영유아를 위해 제작된 춤어서,

공연을 보기 전에는 티브이 어린이 프로그램들의

안무를 미리 떠올려 보기도 했으나,

(이미 <과일 악기 그림책>이나 <동물 장 춤>,

엄마들의 안무 <춤신> 등으로

어린이 청소년 가족 대상의 현대무용 공연을

선보여 온 터라,)

이전의 행보를 보건대

익히 보아온 춤을 보이진 않을 것이라 기대하게 만들었다.


무대는 객석 좌석을 쓰지 않고 따로 마련되었다.

관객이 모두 무대에 올라가 대형 방석에 앉아

관람했고 극장과 무대 사이에

흰 모기장을 둘러 경계를 만들었는데,

푸른 조명 덕분에 우주와 지구의 경계,

아이와 어른의 그 사이,

하나의 특별한 세계를 만들었다.

30여분 떠나는 아이로의 춤 무대는 지구 밖 우주와

닿아 있었다.


그 세계를 채우고 있는 춤은

아이를 배려하여 그들을 어르고 달래는

동작들(단동십훈)이 움직임에 반영되기도 했고,

아이를 둘러싼 세계 이모저모로 확장되었다가

다시 몸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겪으며

즉흥의 춤들을 선사해 주었다.

아이들 심성을 관통해, 아이를 안고 있던 엄마와

또다른 어른들, 극장을 채운 영유아 비롯 다른 세대의

시선까지도 집중시켰다.

무용수 개개인 스타일이 다르지만

아이를 향한 너그러운 시선은 동일했고

섬세하고 세심한 움직임들이 이어졌다.

느린 호흡이 여유로워 무용수 한 명 한 명

각자의 춤 분위기를 좀 더 선명히 러내었다.


누군가는 아이로 세상을 만나기 전의 태아,

아니 그 이전의 배아를 그려내듯 고요하고

편안하게 다가왔고,

또 누군가는 물 속 깊은 심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해양 수조류의 이파리들처럼 한없이 가벼이 흔들리었고,

또 한 편에서 바닷 속을 헤집고 다니는 거대한

물고기가 유영하는 듯했다.

다른 쪽에서는 바다를 떠난 숲에서

홀로 어슬렁거리는 인간 이전의 영장류 같았다.

다들 동물이 되었다가 식물이 되었다가

한데 합류해서 이름 모를 유기체를 만들어내며

무대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어깨 무릎 발 ... 등의 목소리 BGM에 따라

춤을 출 때면 다시 비로소 사람이 되어

무대를 떠나기 전의 무용수 겉모습 그대로의

자아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토록 짧은 시간 안에 아이와 어른에게

함께 그리워할 여느 풍경들을

움직임과 빛, 소리로 일궈내었다.

각자 또 같이.

생명성을 띠기 시작하는 시원성의 존재들이

되어 변화를 거듭하곤 다시

그대로의 그들로 돌아가 인사를 했다.


음악 역시 자연의 소리를 불러오되

부분부분 섞이는 기계음과 가요들이

전혀 튀지 않고 지구가 끌어당기는 에너지와

우주 밖으로 팽창해가는 힘을

서로 대등히 이끌듯 팽팽히

조율되는 선율로 이끌었다.


공연 후 받은 스티커, 엽서 세트. 그림 작가 김학미


조명, 음악 속 어우러진 우주 무대,

아이 관객, 댄서들의 춤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특별한 삶이 그려진 공연.

이러한 삶들이 점점이 면밀히 연이어

다르게 펼쳐진면,

자유와 , 인력과 척력,

홀로서기와 공존,

그리고 어른과 아이 사이

서로 다른 듯하나 한데 있어

아름다운 것들이 춤으로 인해 계속 빛날 듯 가왔다.


우주, 아이, 삶, 춤 20210822 뚝섬역 성수아트홀 관람.


(왼쪽부터) 임정하, 이영례, 밝넝쿨, 이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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