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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Aug 27. 2021

길항 운동

삶의 균형을 찾게 하는 관계

등의 길항근은 가슴이었다.

팔을 밀 때 가슴이 쓰이고, 당길 때 등이 쓰인다.

주된 운동을 담당하는 '주동근'과

그에 맞서 길항 작용을 하는 '길항근'.

그렇게 번갈아 균형적인 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오늘 하루 트레이닝

등-가슴-등-가슴 근육 운동을 번갈아

60분 가량하자

광배근과 쇄골뼈 아래가 아팠다.

느낌을 굳이 어딘가에 견주자면,

여름 모래 사장이나 한강에서

선크림 안 바르고 놀다가

햇볕에 몸이 타서 벌겋게 익어

따끔따끔한 것과 비슷하다.

어릴 적 꼬마일 때 자주 겪던 한여름 피서지 살갗 탄 느낌.

그런 까끌까끌한 뻐근함이 몸에 찾아왔다.

힘든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이지만

머릿속 인식으로는,

나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기 암시를 주는 의식적 활동이었고

(자세가 바르게 되겠구나! 굽은 어깨가 펴지겠구나!)

동시에 물리적으론

긍정 운동 자극이기도 했다.


운동 선생님은 드디어 내가 근육 운동의

느낌을 찾은 것이라며

익숙해지면 운동이 더 재밌어질 거라고

조언해 주었다.

알 듯 모를 듯한 운동의 재미!

처음엔 그저 몸이 안 아프려고 시작했으나

이젠 스르르 희망도 생겨 재미까지

덤으로 누리고 싶다.

알고 싶다. 운동 잼~

오늘 근육 운동은 자세가 한결 좋아졌다는

칭찬을 들어서 더 열심히 했다. 칭찬의 힘~


등 운동은 줄을 잡아당기는 '시티드 케이블 로우'와

쇠막대를 잡아당기는 '랫풀다운' 기기를 썼고,

가슴 운동은 '체스트프레스' 기기 및 '덤벨 프레스'로

진행했다.  

혼자 운동할 때도 이렇게 번갈아 해주어야겠다.

바른 자세가 무의식적으로라도

몸에 좀 스미길 바랐다.


서로 균형을 찾아가는 등과 가슴 운동을,

길항근 세트로 수행하다 보니,

이렇게 앞 뒤 붙은 근

같이 한데 움직이는 원리가

짝패나 단짝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며칠 전 잠들기 전 우연히 시청했던

유튜브 영상, 세바시 차인표 편의

<그와 친구 버킷리스트> 사연이 떠올랐다.



강연 타이틀은

'지금의 결심을 반드시 이루는 법!'이지만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무엇보다 친구나 우정에 대해

떠올리게 었다.

https://youtu.be/T8xf0XTlgD0


차인표 얘기를 귀기울여 고 나선

내게도 오래도록 이어온 친구,

그런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겹치기도 했다.

글을 쓰면 먼저 보여주거나,

삶의 변화를 모색할 때 미리 의논하던

친구가 있는데, 그 존재를 지키는  노력하고

싶어졌다. 어릴 적엔 노력보다 자연스러움이

인연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여겼는데,

나이가 들수록 노력을 간과하고 살았단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익숙해서 소홀하기 쉬운 관계이고,

고맙단 말도 낯 간지러워 잘 못하게 되지만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살면서 벼랑 끝이라 느낄 때도

살아갈 힘을 얻지 않나 싶다.


차인표가 표현한,

'나를 바라봐 줄 한 명의 관객'이란 친구 얘기에

한밤에 감동했다.

그런 존재에 대해 떠올려 보게 만든 강연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허리, 목 디스크와 통증 등으로

운동이 힘들었던 차인표가,

대학 시절 친구를 응원하고자

운동을 다시 시작해

친구와 함께 바디 프로필을 찍은 사연이었다.

90년대 만나 서로의 꿈을 나눴던 사이.

차인표는 한국에서의 사업가,

친구는 파일럿을 꿈꾸었다고 한다.

실제는 차인표는 배우, 친구는 은행원이

되었고 그렇게 둘은 50대를 맞이했는데

어느날 밤 늦게까지 둘이 대화를 나누다,

친구에게 가장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게 뭔지

물었더니 운동과 타인을 돕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했고,

친구는 그 순간 어떤 결심을 했던 것인지,

20년 넘게 다닌 은행을 그만두고

트레이너로서 삶의 행보를 바꾸고

체육관을 차렸다고 한다.

그게 2020년 1월이라고.

그 시기가 바로 코로나가 터지던 시점이다.

친구는 줌으로, 야외로

그렇게 뛰면서 자신의 일에 전념했는데,

12월 겨울에는 안타깝게도 코로나에 걸려

투병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때 차인표는 또 친구를 위로하고

대화를 나누다

2021년엔 다 나아질 거라는

추상적인 응원을 했는데,

친구가 그에게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해보자는

목표를 병상에서 건넸다고 한다.

친구를 응원할 마음에 차인표도

수락했는데, 사실 그때까진 반신반의였

친구의 목표는 머슬 잡지 표지 모델!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우려를 하면서도

그때부터 차인표는 친구와 함께

그 목표를 이루고자,

재활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자신에게 없던 새벽 시간을 만들어 내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면서

몸을 만든다.

그리고 결국 그들에게 빅이슈 표지 모델

섭외가 들어왔고,

차인표는 친구와 함께 보디프로필 사진을

찍게 된다. 빅이슈 7월 호 표지라고 한다.

길에서 빅판님을 보면 꼭 구매해야겠다.

차인표는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았으나

결국 습관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얘기했고

그 안에 친구가 있었음 주요한 요소로

꼽는데, 그 내용이 굉장히 진심 어리게 다가왔다.

변화를 지켜봐준 1명!

내겐 그게 무척 감동였다.


사실 차인표는 근육질 배우라는 인상이

어릴 적부터 리에 박혀 있어서,

그 역시도 운동을 하기 위해 다시 노력

필요하다는 점을 세바시 보기 전에는 몰랐다.

그런데 그렇게 습관으로 만들어

꾸준히 해왔다는 점과

친구를 응원하는 마음이 멋졌다.


나는 배우 차인표 외에도

작가 차인표도 좋아하는 터라,

운동도 역시 그랬구나 노력했구나 하면서

짧은 영상 클립에 반응했다.

차인표는 장편 소설들도 발간한 작가인데

(오늘 예보, 잘가요 언덕)

그때도 습관처럼 꾸준히 써온 원고를

장모님에게 보여주고 고쳐가며

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책 뒷면에 남겼는데

소설도 좋았고 비하인드 사연도 멋있었다.

글을 읽으면서도 배우의 연민과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져,

차인표 책이 발간되던 시점에

좋아하는 연극 배우에게 차인표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번 세바시 영상은 운동을 벤트보단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감흥을 주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다시 다짐하게 만들었다.

잘 지키려다가다 어느새인가 다시 밤의 시간이

그리워 돌아가곤 하는데,

새벽 시간과 밤 시간을

교환하는 게 멘탈이든 몸을 위해서든

필요하긴 하다.  특히 건강상.

그리고 나를 응원해주는 한 명의 관객,

친구. 버킷리스트가 뭘까 떠올려 보면서,

나도 좀 에너제틱하게 살고 싶었다.

한밤중 우연히 본 차인표 연설이,

오늘 길항근 세트를 마치고 다시금 떠올랐다.


강풍호마냥

읽다 잠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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