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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Sep 03. 2021

백 스쿼트

나도 합류

손을 뻗어 바를 잡는다.

가슴을 편다. 견갑골을 잡아준다.

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바를 올려 다시 몸 뒤쪽 승모근에 내려 얹힌다.

두 발자국 뒤로 간다.

스쿼트를 한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지 않게 곧게 편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세번째 발가락 쯤에 무게 중심을 잡는다.

일어날 때 앞으로 웨이브 없이 곧장 올라온다.

위험할 때를 대비하여

랙 안쪽 양 사이드에 막대를 걸어둔다.

힘에 부칠 경우

앞으로 쓰러지고 바가 막대에 걸리게 하면 된다.


이상은 최초 배우고 시도한 '백 스쿼트' 순서다.

네 개의 쇠기둥 안에 바벨을 끼우고 하는

운동 기기 '랙'에 들어가서

어깨 뒤로 무게를 얹고 스쿼트를 하는 것.

하체를 비롯 코어 근육에 좋다.

스쿼트의 꽃, 스쿼트의 아버지? ^^

그런 별칭도 가진 재미난 운동이다.


어제 처음 학습하고 오늘 홀로 해보았다.

빈 봉으로 시작했다. 그 봉도 15kg라고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거의 매일

작은 파스를 팔에 붙이고 다니던 나로서는,

꽤 놀라운 변화였고

백 스쿼트를 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낯설게 느껴졌다.

곧 익숙한 모습이 될 것이다.

지금은 중심 잡는 게 어렵지만

계속 하다 보면 나아지리라 믿고 있다.


백 스쿼트는 스쿼트 초급에서 벗어났다는 신호이다.

조금씩 단계별 운동을 학습하니,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스쿼트를 하면서부터는

체력이 나아졌다.

그 증거로는,

가령 줌바 50분 클래스를 참여하고 나면

힘이 다 빠져 넋 놓고 집으로 향했는데,

이젠 줌바 50분 후에도 조깅 20~30분,

3km는 더 뛸 수 있게 됐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가을 주말, 선선한 밤.

서울 마라톤이나 야간 마라톤, 핑크 마라톤 등에

참여해 광화문, 잠실운동장, 상암공원, 여의도 등을

10km 달리고 싶다.


 스쿼트를 하면서는,

그리운 연극의 준비 장면이 떠올랐다.

몇 해 전 참여한 공연에서

연습실에 체류하다 짐을 극장으로 옮기던 도중

소위 아시바를 나르던 일이 기억났다.

무대 세트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였다.

봉고차에서 내려준 아시바를 극장으로 날랐는데

봉 하나를 옮기는 게 쉽지 않았고,

하나씩 천천히 거북이처럼 옮기고도

그날 밤 몸살이 나서 끙끙거렸다.

밤새 손목이 욱신거려,

며칠을 애를 먹었다.

다른 친구들은 두 개씩도 거뜬 들어

조금 소외된 기분이 들었다 말았다.


그때 내가 만일 백 스쿼트 진입 단계라도

해봤다면, 15kg 흑설탕 등에 메고 운동하듯

하나는 진짜 잽싸게 옮겼을 것 같다. ^^

끙끙대지도 않고.

그날 이후 나는 몸 쓰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평생 책이나 보고 글만 쓰고 문서만 다루며

사람 만나 입으로 떠들고만 살았지,

노트북 두들기던 손은 있고

구조물 원재료 잘 옮기고 정리하는 손은 없었다.


연극 같은 현장들은 대부분

무대 세트도 그렇고 소품도 그렇고

손 쓰고 힘 쓰는 일이 많다.

그래서 연극인들을 보면 손재주가 뛰어나고,

그저 일상에서도 뭔가 툭툭 잘 고치고

인테리어나 소품 만들기도 잘하고

만능손이다. 안 그런 사람도 있을 텐데,

잘 보진 못했다.

좋아하는 연극배우

연극 안 하면 뭐했을 것 같은지 물었더니,

내게

목수라 말했다.

그의 공연에 가면 늘 커다란 목재 세트가

구멍가게가 되어 있기도 하도 한 가정이 돼있

계속 변해간다.

그 배우의 손솜씨가 묻은 공간이겠지.


백스쿼트를 할 때는

집중하느라 전혀 딴 생각을 하지 못했고,

그걸 끝내고 사이클을 타다가

나는

아시바를 한 손으로 쿨하게

잘들었더라면,

이란 쓸데없나 유쾌한 상상을 해보았다.


백스쿼트와 함께,

손목터널증후군 헤어지고 있다! 잘 가라.

나는 근육 키울다.



백 스쿼트를 하는 공간 '랙' _ 사람 많은 헬스장에서 혼자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특별한 공간 같아 보였다. 기둥 안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헤라클래스가 되는 머신 같다.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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