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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Nov 02. 2021

슬로 스타터

낙엽길로 접어든 가을길

북한산성 초입의 낙엽도로


일주일 사이로 길가에 낙엽이 수북쌓였다.

대체 언제 이렇게 단풍이 들었던가 몰랐는지

'불쑥'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나이듦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이가 들어 있었다.

지치지 않고 달릴 때는 잘 몰랐는데

잠시 멈춰 둘러보니 훌쩍 중년에 다달았고

정서적 나이와 물리적 나이 사이에서

그 간극 때문에 혼돈에 잠기기도 했다.

정신은 어려 있는데 외양은 무거운 어깨를 감당해도 무던해야 할 그런 얼굴을 하고 있을 때, 

세월의 풍파가 비껴간 표정을 발견하며 

거울 속 변화를 감지하는 순간, 

동시에 부모님을 이해하게 됐다.

그러했을 것이다.

자식을 키우고 돈벌이에 시달리느라

물리적 나이를 채 느끼지 못하다

어느날 부쩍 노년에 들어선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무심코 둘러보니

붉고 노랗게 물들었다 이내 후두둑 떨어지는 이파리들이 지난 시간이 되어

길가에 뭉텅뭉텅 즐비하게 , 

푸르던  그리워지게 다.

엽도 사라지고 곧 나무는 앙상한 겨울로 접어들겠지만

사실 또 그 나무는 봄을 예정하고 있을 테니,

그 순환 아래서 자연에 빗대어

흘러가는 시간을 위로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젊음에 대한 집착보다는 무뎌짐에 가까운 성숙으로.

"눈가의 주름 깊은 곳에'

담긴 이야기들이 깊어질수록

시간이 계속 흘러갈수록

매일의 하루를 진심으로 대하고픈 생각이 든다.

그게 무어라도.

많이 늦더라도.


입곡삼거리와 불광 부근 가을나무
북한산성 초입 삼거리 6시 경 초저녁 가을풍경


윤종신 슬로스타터. 좌절해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응원하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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