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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Nov 28. 2021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

그립지만 그립단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시간에 대한 미련

공연을 보고 온 밤이면

과거 한때 공연을 함께 만들었던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그런 공동체를 내가 다시 가질 수 있을까,

바라면 다소 회의적임에도

그 기억을 가진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단

생각이 들곤 한다.

신촌에서 홍대에서 대학로에서...

공연이 끝난 밤이면 새벽녁이 되도록

그날의 공연에 대해 얘기했고

인디 싱어들은 노래를

불렀다. 밤새 어쿠스틱 기타 반주의 생목 노래를 듣던 아스라한 밤 . 우리들 중엔 밴드도 있었고

싱어송라이터도 있었고

디자이너도 있었고 건축학도도 있었고

출판업자도 있었고 래퍼도 있었고

연극배우도 있었고

소설가도 있었고 학생도 있었고

만화가도 있었고

디제이도 있었고

무엇으로 규정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고

사회운동가도 있었고...

다른데 몰려 한데 공연을 만들었다.


공연이 끝난 밤

그 기억은 잊히지 않을 만큼 너무나 강렬한데,

나는 공연이 끝나면 다소 울적해지는 기분이

늘 있었고 그걸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글이야 늘 남아 있으니 감동적인 책은

다시 읽으면 되지,

공연은 그 순간 눈 앞에서 소멸해버리고

다음 날 일어나면 허무해져서

공연이 끝난 밤이면 잠을 자지 않았다.

날을 꼬박 새며 그 기분을 간직하고 싶었다.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 노래 가사처럼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은 얼마나 오래 남을까"

눈 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시간과

그리고 사라질 장면들이 그 새벽엔

못내 아쉬워지고 간직할 수 없음을 포기하는 감정과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해 어딘가 모르게

휑한 가슴만 남는다.


그럴 때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무엇이 그리도 좋았을까. 혹은 아쉬웠던가.

다음에는 우리 이럴까.

고양이가 살던 대학로 술집 미술관에서

24시간 카페 탐탐에서

앞에서 보면 이층, 뒷길선 일층인 호프만 이야기에서

명륜동 풀밭에서, 마로니에 공원에서,

신촌의 놀이터에서, 선술집에서...

연남동의 치킨집에서...

밤새 얘기를 나눴다.

문학 콘서트일 땐 작가에 대해,

인디 공연일 땐 노래에 대해, 디자인에 대해

낭독회일 땐 작은 서점에 대해 ...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에 대해...

해가 뜰 무렵 함께 새벽녘 길을 걸으며 헤어졌다.

그 산책들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때의 날씨나 바람과 온도들.

이걸로 끝내자 했던 마지막 공연과

정말 마지막 뒤풀이와,

그때 친구와 함께 걸었던 신촌의 거리도.

11월의 새벽 밤.


그런 새벽들이 이어지길 바라던 시간이 끝났던 밤.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여운이라는 걸 알게 해 준 사람들.

해체되던 순간 혼자 참 많이 울고 시간이 흘러도

별안간 울컥했다. 난 참 뒤끝이 많은 이였다.

질척이도록 그 시절 공동체가 사라지는 게 싫어

마지막 끈을 홀로 끝까지 잡았다

놓아주었다. 헬륨 가스 풍선 놓치듯.

가끔 마치 영화 서칭포슈거맨처럼,

그때의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우린 지금 ,각자 어딘가에서 무얼 바라

살고 있는지 적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한다.


새벽 내내 공연을 말하던 친구들의 웃음과 눈물이

어디에 남아 다른 삶의 모습으로 흐르고 있을지.

그리워서.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이들과 비슷한 길을 고수하는 이들

다 궁금해지고

누군가들은 오해와 이해 사이에서 방황해

함께 볼 순 없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사실 그리워서 구태여 또 더 봐야 하는

의무감이라든가 그때가 좋았지, 하는

감정도 아니다.

사라진 시간에 대한 이 감정은 대체 뭘까.

어려운 감정도, "쉬운 감정"도 아닌,

이 마음 어딘가를 나는 무어로 채울 수 있을까.


친구와 그때의 시간들이 그리울 땐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 어반자카파 노래를 듣는다.


"우리밖에 없었던 그때가 그리울 뿐"이라는

가사가 너무 마음에 와닿는다.


사랑도 그러하지만

어떤 이상적 예술 공동체에 대한 열망 역시

그것만 보고 싶은 알 수 없는 바람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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