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웨이브 웨이브 / 원래 다 원래

극장이 풀장이 되고 거실이 되는 안락함

by 레아

극장에 들어서자 포그가 가득하고

공연이 시작되자 엄정화 노래가 흘러

퍼포머들이 체조 같은 무용을 선보인다.

이들은 준비운동이 끝나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 유영을 다채롭고 신비롭게 펼친다.

공연장이나 그대로 물속이 되는 장소의 변환.

물이 아니되 공기를 물로, 웨이브로 만드는 진귀한 풍경.

안무가가 수영장을 오가며 느낀 생각을

움직임으로 선물한다.

접영이 유연하고 화려한 웨이브로 전환될 땐,

고도의 테크닉으로 다듬어진

춤이라는 매체인 것을 깨닫는다.

안무가와 무용수들은

생활의 공간들을 결국 춤 안으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마치 어떤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으면

그 생각이 어디에든 연결되는 것처럼,

작업에 몰두하는 이들은 주변 환경과 소재가

모두 관객에게 선보일 매개체로 변한다는

것을 다시 새삼스레 느낀 자리였다.


원래 다 원래는

움직일 때 순서들을 머릿속으로 되새김질 하고

퍼포머들이 입으로 무용을 하는 무대였다.

간단하고 명료한 동작들,

손과 발과 모든 몸을 쓰지만

그들은 결국 그것을 말로 다시 바꿔보고

차례대로 연달아 다시 해본다.

아마도 움직임의 어떤 시초에 관해

탐구해보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거실 느낌의 공간에서 한 명은 해설을 하고

한 명은 수화를 하고

세 명은 실험남처럼 등장했다 움직이고 퇴장한다.


두 편 모두 차세대 열전작으로

해마다 신인 창작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에서

발탁된 작품이다.


한 해 시작에 신인 작품을 보다 보면

첫마음을 떠올리게 된다.

어딘가 소속되거나 무언가를 시작할 때

가장 깊게 마음 먹었던 것들이나

그 이후 잃어버린 것들

그러나 기억 남은 것들.


물 속 거실 공간에서 만난 움직임의

발단들을 감상하며

공연을 처음 만나 얻은 에너지를 되찾고 싶어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를 잊은 그대에게